가격 올리고, 유통망 축소…해외 비중 올려
국내 P타일(Printed Tile, LVT) 기업들의 내수 시장 집중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쉽게,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필사적이지도 않고,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가격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년간 꾸준히 내렸던 도매가도 올해는 올렸다. 더 이상 내수 시장에서의 출혈경쟁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판매량이 적은 대리점을 정리하는 기업들도 생겼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국내 P타일 기업들의 움직임은 좋게 보면 체질을 개선하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론 내수 시장에 이전만큼 큰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이처럼 국내 P타일 기업들이 최근 내수 시장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해외 시장에서 국산 P타일이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P타일의 수출 물량은 지난 십수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올해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7천억 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물론, 내수 시장 규모도 연간 1천500억 원 수준으로 작지는 않다. 다만, 매년 규모가 커지는 글로벌 시장과 다르게 내수 규모는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이고, 무엇보다 내수 시장은 저가 경쟁이 극심해 수익률이 매우 낮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내수 비중을 줄이고 수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매가 5~10% 상승, 대리점 수 감소, 수출 비중 80% 육박
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최근 수년간, 브랜드 증가로 인해 단가경쟁에 필사적이었던 기업들이 올해는 오히려 제품가격을 인상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다수의 주요 기업들이 도매가를 전년대비 5~10% 올렸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600각 제품의 경우, 가격을 10% 이상 인상한 업체도 있다.
판매량이 적은 대리점을 정리하는 기업들도 생겼다. 집중 관리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막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미다. A사의 경우, 최근 대리점 수를 20개 이상 줄였다.
국내 P타일 시장은 저가 제품이 압도적인 수요를 보이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유통망 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힌다. 그런데 업체들이 가격을 오히려 인상하고, 유통망을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업체들의 움직임은 그동안 출혈경쟁으로 망가져가던 내수 시장을 바로잡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내수 시장에 소홀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국산 P타일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더 이상 국내 시장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P타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경쟁력을 갖춘 국산 P타일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까지 입었다. 규모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6천억 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7천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1천500억 원 수준의 내수 규모와 큰 차이가 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수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P타일 전문 기업들의 경우 현재 수출 비중이 평균 80%에 이른다.
내수 시장 성장가능성·수익률 낮아
물론, 튼튼한 버팀목인 내수 시장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최근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 이전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성장가능성도, 수익률도 낮기 때문이다.
올해 내수 시장 규모는 890만평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900만평)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다. 지난 2014년 950만평을 기록한 이후, 큰 폭은 아니지만 꾸준히 시장 규모가 줄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글로벌 P타일 시장과 대비된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률이다. 국내 P타일 시장은 출혈 경쟁으로 인해 제품 수익률이 극히 낮다. 한 업체 관계자는 “20년 전 입사 당시 P타일 가격이 지금보다 높았다”며 “지금 내수 시장은 수익이 아예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국내 P타일 시장은 지난 십 수 년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이어져왔다. 저가 제품이 중심인 품목이다 보니, 가격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P타일의 90% 이상이 저가 제품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브랜드 간 저가 제품의 차이도 거의 없다. 모든 브랜드 제품이 패턴이 다양하고, 품질 차이도 미미하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브랜드 수도 크게 증가했다. 가격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품질도 하락했다. 십 수 년 전 P타일의 상지층 두께는 0.3T였다. 그러다 상지층 두께가 0.15T인 보급형이 나오면서 저가 경쟁이 심화되었고, 현재는 상지층 두께가 0.1T 수준까지 떨어졌다. 물론 그 이하의 제품들도 있다. 상지층 두께가 얇으면 내마모성 등 내구성이 떨어진다. 반면, 현재 해외 시장에 수출되는 제품의 상지층은 최소 0.3T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싸면 쓰기 때문에 업체들이 싸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해외 시장은 좋으면 쓰기 때문에 업체들이 좋게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해외 시장에서는 제품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고가 제품도 많이 팔려 수익률이 국내 대비 월등히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