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및 운송비가 폭등해 국내 건자재·가구 가격 역시 적지 않은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건자재·가구의 가격 인상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전히 펜데믹, 환경 규제 정책 등으로 인해 원자재 공급 및 물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고, 일부 국가에 원자재 공급이 쏠리는 등 수급 불균형 현상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목재, PVC, 가소제 등 건자재·가구 핵심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지난해 4분기 정점을 찍으면서, 올해도 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최근까지 건자재·가구 업계의 가격 인상은 지속되었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이미 몇몇 선두기업들은 올 초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향후 가격 인상을 예고한 업체도 다수 포착되었다.
PVC바닥재, 벽지 가격 인상 이어질 듯
지난해 인테리어 분야 대표 자재인 바닥재, 벽지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었다. 공급 차질, 글로벌 운송비 인상, 수급 불균형 등 문제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먼저, 시트 바닥재(장판) 업계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리점 납품가를 15~20% 인상했다.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업계 특성상, 가격 인상에 큰 저항이 있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핵심 원료인 PVC와 가소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서다. PVC 가격은 CFR CHINA 기준으로 지난 2020년 4월 t당 620달러였으나, 그해 10월 1000달러를 넘어섰고, 2021년 10월에는 1750달러까지 폭등했다. 1년 반 동안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지난해 가소제 국제가 역시 2020년 하반기 대비 100% 이상 상승했다.
업계는 올해도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단가 인상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으로, 이미 올 초부터 가격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LX하우시스, KCC글라스, 현대L&C, 재영, 진양화학, 대진, 녹수 등 대부분의 업체가 올 1월에 단가를 인상했거나, 2월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석유화학제품의 국제적 수급불균형, 중국 내 환경 규제 정책으로 인한 중국의 PVC 생산량 감소 등 불안요소로 인해 향후 PVC 국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로 인한 추가 제품가 인상의 여지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재료인 PVC와 가소제뿐만 아니라, 부재료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원자재값 상승분을 제품가에 다 반영하기 어렵지만, 최소한의 수익성이라도 보존하기 위해 시장 상황에 따라 납품가를 계속 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PVC, 가소제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바닥재 P타일(LVT)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8~10% 가격이 상승했다. 그리고 P타일 업계 역시 올 초부터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동신포리마, 재영, 녹수 등 다수의 기업들이 올 1월과 2월에 5% 가량 단가 인상을 진행했거나 인상할 예정이며, 나머지 업체들도 상반기 내로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벽지 업계도 지난해 원지(종이), PVC 등 주요 원자재값이 폭등하면서, 벽지 가격을 10~15% 올렸다. 무엇보다, 종이의 주재료인 펄프 가격과 물류비가 급등하면서, 종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이유가 크다. 또한 실크벽지에 사용되는 PVC 가격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크게 상승했다.
벽지 가격은 올해도 인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재료인 종이 가격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펄프 가격은 지난해 5~6월 최고점을 찍고 안정기에 접어 들었지만, 문제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물류비용이다. 대표적인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말 기준 5046.66으로, SCFI를 집계한 2009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저치였던 3월 2570.68과 비교하면 1년도 채 안 돼 두 배가량 급등했다. 이에, 실제 제지업계 양강 한솔과 무림은 새해 들어 나란히 인쇄용지 가격을 7% 인상했다. 실크벽지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PVC의 국제 가격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의 흐름을 보면, 벽지 단가 인상이 자연스럽게 예측된다.
단가 인상의 움직임도 이미 포착되었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적용 시점은 안정해졌지만, 올 초 LX하우시스, 현대L&C 등 대기업이 먼저 벽지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며, 가격 상승률은 10~15%로 추정된다.
창호 업계 지난해 20~50% 판가 인상,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 보여
PVC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국제가격이 폭등하면서 창호 업계 역시 지난해 판매가 인상 릴레이를 펼쳤다. 지난 한 해 동안 창호 업체들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제품가격을 인상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인상폭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는 평가다.
창호 전문지 ‘월간 WINDOOR’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인상폭을 최대한 억제했던 시안, 중앙디앤엠, 재현인텍스, 청암, 영림화학 등이 지난해 4분기에 20%대 중반에서 최대 30% 가량 가격을 인상했으며, 상반기 인상분까지 더해 1년 새 50%에 육박하는 판매가 인상을 단행한 업체도 적지 않다. 아울러 KCC는 지난해 11월 PVC 창호의 가격을 30% 일괄 인상했고, LX하우시스와 현대L&C도 지난해 2~3차례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한 PVC창호 압출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20%의 판매가 인상을 결정했으며, 상반기 인상분까지 더하면 30%에 가깝다”며 “경쟁업체들 역시 비슷한 시기에 20~30% 선의 추가 가격인상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역시 PVC창호의 판매가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보인다.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환경 규제 정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등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 불안요소가 많아 PVC창호의 핵심 원자재인 PVC의 국제가격이 계속해서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PVC 국제가격이 연중 최고가를 찍고, 이후 잠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며 “원자재가격의 상승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각종 글로벌 이슈와 악재로 인해 올해 역시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된다면 가격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구 업계 올 초부터 제품가 인상 러시,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어
지난해 가구 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한샘, 현대리바트, 일룸, 시몬스, 에이스침대 등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가구기업들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1~3회에 걸쳐 상품 가격을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까지 인상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2020년 하반기부터 목재, 파티클보드, 섬유판 등 가구에 들어가는 모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한목재협회에 따르면, 2020년 12월 39만원이던 러시아산 제재목(3.6m·3.0㎝·3.0㎝ 규격) 가격은 1년 새 57만원으로 46% 올랐다.
올해 역시 가구 업계의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당분간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안정화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 가격은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신규 주택 건설량 증가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원자재를 빨아들이다시피 하는 중국 변수로 인해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아울러 해상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올 초부터 가격 인상에 나서거나 공식화한 업체들도 포착된다. 먼저, 한샘은 창호와 도어는 오는 2월부터, 부엌 및 바스, 마루, 벽지 등 건자재 품목은 3월부터 가격을 4%씩 인상할 예정이다. 이케아 코리아는 올해 1월 1일부터 수납장, 침대, 식탁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품에 대한 가격을 6% 가량 인상했고, 현대리바트도 지난달 중순부터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리바트 키친·바스 제품의 가격을 3~5% 인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구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조비, 원자재값, 운송비 등 전반에 걸쳐 비용이 증가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며 “이미 올 초부터 주요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시작되었고, 글로벌 목재 가격 및 물류비가 안정화되지 않고 있어 올해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