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성장 중인 침대 매트리스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시장에 가구 및 렌털 기업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이에 더해 최근, 대기업을 포함한 몇몇 기업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며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시장 경쟁이 불붙으면서, 업계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품 라인업 구축,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 서비스 강화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양적·질적 성장 이룬 매트리스 시장, 올해 규모 1조8000억원 전망
매트리스 시장은 매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질 좋은 수면에 대한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년간은 코로나 여파로 인테리어·가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매트리스에 대한 관심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2011년 3000억원대 수준이던 매트리스 시장은 2018년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조50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1조80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1, 2위 기업의 매출을 보면 이러한 흐름이 극명히 드러난다. 에이스침대의 매출은 2019년 2774억원, 2020년 2894억원, 2021년 3454억원을 기록했다. 시몬스의 매출은 2019년 2037억원, 2020년 2715억원, 2021년 3054억원으로 성장세다. 2011년만 해도 양사의 매출 합은 3000억원 미만이었다. 10년 새 두 배 이상 규모가 확대되었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인테리어·가구의 고급화 추세, 코로나로 인한 보복 소비, 건강한 수면에 관한 관심도 증가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프리미엄 매트리스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업계는 이러한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품질·디자인 경쟁을 적극 벌이고 있고, 이는 시장의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에이스침대의 고가 매트리스 브랜드 ‘에이스 헤리츠’의 올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에이스 헤리츠 내 최고 등급인 ‘에이스 헤리츠 블랙’의 경우 매트리스 가격만 2000만원에 달한다. 시몬스 침대의 최상위 라인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3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늘고 있다. 혼수의 메카라 불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뷰티레스트 블랙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하며 두 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매트리스의 인기 상승으로 품질 저하를 야기하는 저가 경쟁 시장이 아닌, 품질과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건강한 시장이 형성되었다”며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룬 만큼, 매트리스 시장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百, 이브자리 등 기업 시장 진입, 사업 강화 움직임도 활발
이처럼 시장이 빠르고 견고하게 성장하자 선두 기업은 물론이고 후발 기업들도 매트리스 사업 강화에 나섰고, 여기에 대기업을 포함한 몇몇 기업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3월,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기업인 지누스를 그룹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가액인 7747억원에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누스는 박스 압축 포장 매트리스를 개발해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을 평정한 기업으로, 아마존 내 매트리스 판매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238억원과 743억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가 해외에서는 중저가 브랜드였지만 국내에서는 백화점 유통망 등을 활용해 단계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리바트의 가구·인테리어 사업 및 현대L&C의 건자재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침구 기업들도 매트리스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토탈슬립케어 브랜드 이브자리는 지난 4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슬립앤슬립 매트리스를 론칭했다. 펀딩을 통해 첫선을 보이는 긴급수면 매트리스는 이브자리 브랜드 최초 매트리스 제품이다. 국내 대표 침구 기업 중 하나인 알레르망 역시 지난 2020년 영국 해리슨 스핑크스와 기술 제휴를 통해 매트리스 알레르망 스핑크스를 선보이며 국내 매트리스 시장에 도전장을 낸 바 있다.
해외 브랜드들도 속속들이 국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호주 홈퍼니처 브랜드 코알라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속적인 수면연구를 통해 완성한 양질의 매트리스와 온라인스토어 판매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평을 받으며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 중이다. 최근 영국 매트리스 브랜드 슬리피지도 국내에 정식 론칭했다. 100년 역사의 슬리피지는 천연 소재를 사용해 장인들의 손으로 세심하게 제작되며, 최고의 제품으로 평가받는 왕립 영장을 보유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이다.
국내 1위 가구 기업인 한샘은 올해 사업 계획에서 매트리스 시장 공략 강화를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지난해 최대주주(IMM PE) 변경 이후 수장에 오른 김진태 한샘 대표가 매트리스 중심의 사업 계획 변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매트리스 브랜드 포시즌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으로, 올 상반기에 신제품 3종을 출시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트리스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많은 기업이 사업을 강화하거나,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고 있다”며 “특히, 현대백화점그룹, 한샘 등 대기업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에이스침대·시몬스의 양강 체제가 흔들릴지 관심이 쏠린다”고 밝혔다.
매트리스 렌털, SK매직 등 다수 기업 서비스 오픈하며 경쟁 치열
매트리스 렌털 시장도 꾸준히 확대되면서 경쟁이 뜨겁다. 매트리스 렌털은 말 그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특정 금액을 내고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빌리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코웨이가 국내에 처음으로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렌털료는 월 2~5만원대로 형성되어 있다.
매트리스 렌털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렌털에 케어 서비스가 동반되어 위생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위생관리 전문가가 방문해 매트리스 외부는 물론, 집에서 혼자 하기 어려운 매트리스 내부까지 깨끗하게 청소해준다. 또한 렌털 기간에 따라, 탑퍼·커버 교체 및 새 제품 교체 서비스도 제공한다.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매트리스 전체 시장 규모인 1조5000억원 중, 매트리스 렌털 시장 규모가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1위 기업인 코웨이의 매출만 살펴봐도, 지난 2013년 매트리스 렌털 사업 매출액 287억원에서, 현재 2000억원대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올라갔고, 고성장이 예측되는 만큼 많은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 지난 5월 생활·주방 가전 렌털 기업 SK매직이 매트리스, 프레임 등 침대 렌털·케어 서비스 에코 휴(ECO hue)를 출시하고 매트리스 렌털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오픈한 기업만 한샘, 까르마, 마스슬립, 소노시즌, 딜란디스 등 10여 곳에 이른다. 기존 코웨이, 청호나이스, 웰스, 바디프랜드 등 선두 기업들에 더해 매트리스 렌털 기업의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생의 중요성과 함께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가 부각되었고, 이를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많은 업체가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기존 서비스에 더해, 할인 프로모션, 기능성 매트리스 개발, IoT 기술을 활용한 수면 건강 관리 서비스 제공 등 전략적 대응을 통해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매장 확대, 고급화 전략 통해 경쟁력 확보 나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제품 특성상, 실제 제품을 체험해본 뒤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에만 목포, 제주, 일산 등 5개 지역에 체험형 매장 ‘에이스 스퀘어’를 신규 출점했다. 올 2월에는 순천점을 새롭게 열었고, 지난 4월에는 AK플라자 평택점을 리뉴얼 오픈하는 등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시몬스는 올해 들어서만, 시몬스 갤러리 평택고덕점, 시몬스 갤러리 울산점, 시몬스 갤러리 강동둔촌점 등 다수의 직영 플래그십스토어를 연이어 오픈했다. 시몬스 본사가 위탁 판매자에게 지원하는 리테일 매장인 시몬스 맨션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1개 지점을 열었다. 또한 씰리침대는 최근 100평 규모의 청담 직영점을 오픈했고, 대명소노시즌도 소노시즌 청담점에 이은 두 번째 직영점인 소노시즌 송파점을 지난 5월 선보였다.
고급화 전략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수익성 개선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몬스는 지난해 매출의 약 3분의 2를 매트리스 기준 70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으로 거뒀을 만큼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시몬스, 에이스침대 등 선두 기업들은 최상위 모델 위주로 전시장을 꾸미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스웨덴 럭셔리 침대 브랜드 카르페디엠베드를 국내에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산도의 가격이 4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임에도, 카르페디엠베드의 지난해 12월 매출이 월 평균 매출 대비 264% 신장하는 등 짧은 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씰리침대는 최근 럭셔리 하이엔드 컬렉션 ‘헤인즈’를 론칭했다. 헤인즈는 씰리침대만의 기술력에 장인 정신이 더해져 맞춤 숙면미학을 구현하는 컬렉션으로, 가격은 세트 기준 5000~6000만원대로 책정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강과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고급 라이프스타일 소비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더 잘 팔리는 추세다”라며 “럭셔리 브랜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업계는 고가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