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인테리어·가구 업계가 불황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0월 누계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44만9967건으로 전년 동기(89만4238건) 대비 49.7% 감소했다. 또한,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서울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79.1로 전월(83.3)보다 4.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가구 수요는 주택거래량과 비례하는데, 주택거래량이 급락하면서 실적도 급격히 악화되었다”며 “주택 매수심리도 바닥으로 치닫고 있어, 당분간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실적방어를 위한 선택을 포함해, 특히, 가라앉은 소비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올해도 ‘가격 인상’ 단행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인테리어·가구 업계는 제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원자재값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적방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올해 1월부터 리모델링 브랜드 리하우스의 부엌·수납장 등에 들어가는 목재기반 품목(몸통·패널·도어 등) 가격을 상향 조정한다. 세트 기준 인상률은 0.5%~1.5% 수준이다. 한샘은 지난해 2~3월 부엌·건자재·가구 등 품목의 가격을 약 4% 올리고, 9월에는 리하우스의 건자재 가격을 최대 7% 인상하는 등 지난해에도 수차례에 걸쳐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현대리바트도 새해부터 가격을 올린다. 침대·소파·의자 등 가정용 가구의 가격을 약 5% 인상한다. 현대리바트는 가정용 브랜드로 리바트, 리바트 키친, 리바트 바스, 리바트 집테리어 등을 보유하고 있다. 소호(SOHO) 사무용 가구 브랜드 리바트 하움도 주요품목의 가격을 7% 안팎으로 인상한다. 현대리바트 역시 지난해 초부터 주방·거실·욕실 가구 및 인테리어 제품의 가격을 올려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거래 급감으로 관련 수요가 줄면서, 인테리어·가구 시장의 빙하기가 도래했다”며 “실적방어를 위해 올해도 다수 인테리어·가구 기업들의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살면서 부담 없이 고칠 수 있는 ‘부분 시공’ 서비스 확대
인테리어 업계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부분 시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집 전체 인테리어를 바꾸는 공사는 주택매매 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거래량이 급락하면서 전체 인테리어 수요가 급감했다. 또한, 소비심리가 가라앉으면서 낡은 부분만 고치거나, 부분 시공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이사를 하지 않아도, 살면서 부담 없이 고칠 수 있는 부분 시공 상품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홈씨씨 인테리어는 최근, 욕실·거실·현관 등 원하는 공간만을 골라 부분 리모델링이 가능한 인테리어 시공 패키지인 ‘토털 인테리어 패키지’의 종류를 확대했다. 이번 패키지 상품 확대를 통해 욕실 및 거실 패키지는 각각 9개 패키지로 늘어났고, 고객은 예산과 주거환경을 고려해 본인에게 꼭 맞는 패키지를 골라 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한샘은 집을 옮기지 않고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집주인을 위한 서비스인 ‘살면서 리모델링’ 혜택을 확대했다. 이 서비스에는 짐 보관, 임시 숙소 마련, 여행 상품권 제공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도 최근, 거주 중인 집을 편리하게 리모델링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스테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A-스테이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고치는 데 초점을 둔 서비스로, 짐 보관부터 숙소 연계까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사 시에만 리모델링을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주방, 욕실, 현관 등 부분 공사가 시장의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 보증’ 통해 소비자 신뢰도 제고
‘품질 보증’도 인테리어·가구 업계가 찾은 자구책 중 하나다. 리모델링 시장에 품질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 신뢰도를 높여 실적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8~2021년 4년간 접수된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1752건으로, 특히, 지난 2021년 568건이 접수되어 전년 대비 37.9%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하자보수 미이행 및 지연, 자재품질·시공·마감 등 불량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업계가 전문성을 앞세운 시공과 사후관리 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품질 강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 LX하우시스다. LX하우시스는 자체 시공인력 교육시설인 LX Z:IN 인테리어 아카데미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수료한 전문가가 직접 시공하는 ‘LX Z:IN 직영시공’으로 시공 품질을 향상을 도모한다. 특히, 시공 후 하자 발생 시 시공을 담당했던 전문가가 직접 A/S까지 책임지고 진행, 철저한 현장관리를 통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주방·욕실 제품의 시공 완료 이후 소비자의 집을 방문해 무료로 제품 및 시공 상태를 점검해주는 서비스인 ‘Z:IN 공감 서비스’도 도입했다.
‘토털 인테리어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는 홈씨씨 인테리어는 시공 후 1년간 자재 하자에 대한 무상 A/S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본사 표준계약서를 사용한 안심 계약과 본사가 관리하는 표준시공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라도 안심하고 시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샘은 ‘무한책임 리모델링’ 시스템 도입을 공식화했다. 견적·계약·시공·A/S 등 리모델링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6단계 무한책임 솔루션을 구축, 이를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욕실 브랜드 이누스는 업계에 통용되는 품질보증 기간(1년)을 2배 늘려 최대 2년간 유지되는 ‘욕실 케어 플러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품질 강화로 소비자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이고, 동시에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전략 강화…‘라이브 커머스’ 주목
인테리어·가구 업계는 온라인 전략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인테리어·가구 제품의 온라인 거래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리빙 트렌드 리포트 2022’에서도, 설문 대상자 89.4%가 가구나 인테리어 정보를 주로 앱이나 웹 사이트, 유튜브 등에서 얻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온라인몰, 유튜브, VR 쇼룸 등 온라인 채널 확대 및 비대면 맞춤형 서비스 오픈을 통해 소비자에게 적극 다가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온라인 채널은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다. 라이브 커머스란 모바일 실시간 방송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이다. 쉽게, TV홈쇼핑의 온라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이브 커머스의 최대 장점은 접근성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판매뿐만 아니라 홍보 효과도 크다. 또한 입체적으로 제품을 소개할 수 있고, 채팅창을 활용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이브 커머스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라이브 커머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10명 중 6명이 라이브 커머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시장 규모도 2020년 4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0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급성장 중이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실제, LX Z:IN, 현대L&C, KCC, 까사미아, 리바트, 일룸, 슬로우, 에넥스, 삼익가구, 레이디가구 등 많은 인테리어·가구 브랜드들이 네이버 쇼핑라이브, 카카오 쇼핑라이브, CJ온스타일 라이브쇼 등 전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아울러 전문 플랫폼이 아닌, 한샘 ‘샘LIVE’, 현대리바트 ‘리바트LIVE’ 등 자체적으로 구축한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자사 온라인몰에서 운영하는 기업도 생겨났을 정도로, 업계는 라이브 커머스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