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가구 업계가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각 기업의 IR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LX하우시스, 현대L&C, KCC글라스, KCC, 한샘, 현대리바트, 이케아코리아, 신세계까사 등 주요 건자재·가구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체로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고환율, 원자재 가격·물류비 상승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주택거래 감소로 인한 인테리어 수요 하락의 영향이 컸다. 실제,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량은 50만879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9% 감소했다.
이에 업계는 프리미엄 브랜드 확대, 온·오프라인 유통망 강화, 글로벌 시장 공략 등 전략적 움직임을 통해 시장을 타개해 나가는 모습이다.
LX하우시스, 현대L&C, KCC글라스 등 업체 ‘매출은 선방, 영익은 감소’
업계 선두 기업 LX하우시스는 지난해 매출액 3조61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프리미엄 건자재 판매 집중, 북미 시장 등 건자재 부문 글로벌 매출 성장세 등이 매출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LX하우시스는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조대리석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은 1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감소했다. 주요 원재료 가격 및 원·달러 환율, 물류비가 상승해 영업이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설·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LX하우시스는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해 원가절감과 영업활동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 매출 확대, 국내 B2C 시장 공략 강화, 소재 및 디자인을 차별화한 신제품 출시 등을 적극 추진해 전방시장 침체를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종합 건자재 기업 현대L&C의 지난해 매출은 1조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주택 시장이 큰 침체를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고기능성 창호, 엔지니어드 스톤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 확대와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타일 바닥재, 인테리어 스톤 수출 증가세로 매출 감소폭을 최소화했다. 또한, 현대L&C가 지난해 세종사업장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세종 칸스톤 제2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신규 라인에서 생산되는 압도적인 디자인의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올해, 국내 재건축·리모델링 시장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재료비를 포함한 제조원가의 상승과 물류비 등의 제반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전년比 감소한 29억원을 기록했다.
KCC글라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4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 증가했다. KCC글라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코마글로벌을 인테리어 및 유통 사업 부문 내 글로벌영업사업부로 흡수하면서 해당 부문에서 매출 증가가 있었다. 또한, LVT 등 인테리어 자재를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수출하면서, 이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KCC글라스는 지난 2021년 아산공장에 최신 공정설계와 체계화된 품질관리 시스템이 적용된 LVT 생산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반면, 영업이익은 1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고환율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고, B2C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인건비와 광고비 등 판관비 지출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KCC는 지난해 경영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3% 늘어난 6조774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6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3%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KCC는 지난해 실리콘 사업이 호조를 보여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반도체, 의료용품 등 고부가가치제품에 사용량이 늘면서 실리콘 수요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KCC 실리콘 부문 매출은 전체의 55~60%를 차치하고 있다.
한샘·현대리바트 적자전환, 이케아·신세계까사도 실적 악화
국내 가구 업계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국내 대표 가구 기업인 한샘과 현대리바트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었다.
먼저, 한샘은 200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샘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감소했고, 연간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리하우스 부문 매출이 66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8% 급감했다. 홈퍼니싱 부문 매출도 58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줄었다. 한샘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부동산 거래량 급감으로 가구 구매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이외에도, 매장 전시 개선, 디지털 전환(DT) 등 투자 비용도 실적에 반영되었다고 밝혔다.
현대리바트의 지난해 매출은 1조4957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6.3% 늘었다. 사무용 가구 판매 증가와 해외 가설공사 진행 등 B2B 사업 호조로 매출 확대에 따른 외형 성장을 이뤘다. 다만, 작년 한 해 영업손실 18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현대백화점이 현대리바트를 인수한 이후 영업손실이 난 건 처음이다. 주택매매 거래량 급감,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시장 상황 악화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외, 카타르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금을 4분기에 모두 반영해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는 설명이다.
이케아는 한국 시장 진출 이후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이케아코리아의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은 6223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9.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19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25.7% 줄었다. 이케아의 부진도 이유는 비슷하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여행·영화·외식 등 보복소비가 늘면서 자연스레 이케아 매장 방문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매출 2681억원, 영업손실 2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5% 상승했지만, 영업손실액은 늘었다. 주택거래량 감소로 홈퍼니싱 시장이 위축되고,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판매로 이익률이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브랜드 고급화, 글로벌 시장 공략 등 전략 통해 실적 개선 모색
올해 역시 건자재·가구 업계가 처한 환경은 비슷하다. 인플레이션, 부동산 침체 등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업계는 프리미엄 브랜드 확대 및 신제품 출시, 온·오프라인 유통망 강화, 글로벌 시장 공략 등 전략적 움직임을 통한 실적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건자재 업계는 먼저, 시야를 넓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몰두하고 있다. LX하우시스의 경우, 현재 북미 인조대리석 시장에서 약 20%의 시장 점유율로 2위에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이를 바탕으로,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시장 매출 확대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건자재 및 주방, 욕실 제품을 앞세워 B2C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L&C도 글로벌 엔지니어드 스톤, 인조대리석 시장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종 칸스톤 제2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하면서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렸고, 하이엔드 시장을 이끄는 북미 지역에 특히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올 초, 북미 최대 규모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3’에 참가하는 등 글로벌 인테리어 스톤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KCC글라스는 LVT 바닥재, 인테리어 필름 등 인테리어 자재를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수출한다. 올 초에는, 북미 최대 규모 바닥재 전시회인 ‘TISE 2023’에 참가해 LVT 제품 150여종을 선보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가구 업계는 브랜드 고급화 및 온·오프라인 투자를 중심으로 시장을 타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샘은 부분 공사 상품을 강화하는 한편, 매트리스, 리클라이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전문 브랜드화를 이어간다. 또한, 인테리어·리모델링 전문 콘텐츠를 담은 정보탐색 채널인 한샘몰·한샘닷컴 통합 플랫폼을 론칭한다.
현대리바트는 브랜드 고급화에 초점을 두고, 아티스트와의 협업 프로젝트,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론칭 등을 이어가며, 리바트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리미엄 영업망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한편, 온라인 부문 콘텐츠를 강화해 신규 고객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