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라-최근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건자재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전기·가스·수도요금은 1년 전과 비교해 28.4% 올라, 별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확실히 어떤 건자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창문 단열성능만 높여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선택에 따라, 겨울에는 난방비를, 여름에는 냉방비를 줄일 수 있는 건자재에 대해 알아본다.
냉난방비 절감을 위한 필수 자재 ‘1등급 고효율 창호’
실내 에너지 절감에 가장 중요한 건자재를 뽑으라면 단연 ‘창호’다. 창호는 건축물 외기와 접해 있고 유리 면적이 넓어 열손실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곳이다. 창호를 통한 열손실은 전체 건물 열손실의 최대 4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노후화된 창호는 단열성이 떨어지고, 틈 벌어짐 등의 이유로 쉽게 외부의 차갑고 더운 공기가 집안으로 유입되어, 난방과 냉방을 위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다. 반면, 단열성과 기밀성이 우수한 창호는 과도한 열의 손실이나 흡수를 막아 냉난방비 절감에 도움을 준다. 창호가 아파트를 짓거나, 집을 리모델링할 때 가장 먼저 검토하는 핵심 자재인 이유다.
그렇기에, 에너지 절감을 우선순위로 창호를 선택할 때는 제품의 단열성과 기밀성을 체크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이러한 성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창호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이하 창호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창호 등급제란, 창호 제품의 에너지 소비효율에 따라 1등급에서 5등급까지 총 5가지 등급으로 구분해 표시하는 제도다. 창을 통한 열손실을 방지하는 성능인 단열성과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성능인 기밀성이 평가 항목이며, 1등급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다. 지난 3월 15일 기준, 한국에너지공단에 등록된 창세트 품목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모델은 총 1만5089종이다. 이 가운데 1등급 모델은 5498종이다. 특히, 건자재 대기업의 1등급 모델이 많다. 구체적으로, LX하우시스는 180종, KCC는 172종, 현대L&C는 86종의 1등급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창호 교체 비용이 부담된다면 정부 지원 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먼저, 서울시는 10년이 지난 노후건물에 단열 창호 등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공사를 하면 공사비의 100%를 무이자 융자로 지원하는 ‘건물에너지효율화(BRP)’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와 LH에서 진행하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통해서도 최대 4% 이자 지원을 받으며 최장 60개월에 걸쳐 창호 교체 비용을 분할 상환할 수 있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대 5도까지 냉난방 효과가 있는 ‘윈도우 필름’
창호 유리에 시공하는 ‘윈도우 필름(단열 필름)’은 냉난방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윈도우 필름은 창호를 통해 들어오는 태양열을 차단하고 열 손실을 줄이는 기능성 필름이다. 창호 교체 대비 비용과 공사 부담이 적고, 제품에 따라 DIY도 가능해 최근 난방비 폭등 이후 관심도가 급증했다. 실제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 일주일간 단열 필름 판매량이 전년 대비 248% 급등했다. 효과도 뛰어난 편이다. 윈도우 필름 시공 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최대 5도까지 냉난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여름철에는 창호 유리에 태양열이 관통하면서 발생하는 열의 내부 유입을 감소시키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실내 온기가 유리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해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이다. 또한, 부가적으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어 의류·가구의 탈변색을 방지하고 자외선 노출로 인한 피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외부에서 집안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프라이버시 보호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태양빛을 막아주는 외부차양 ‘롤러셔터’
창호 외부에 설치되는 외부차양 ‘롤러셔터’도 효과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품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는 주로 실내에 커튼·블라인드를 설치해 햇빛을 차단하지만, 실내차양은 외부차양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 일사에너지는 단파여서 유리를 통해 실내에 들어오기는 쉽지만, 실내로 들어오면 장파로 변화해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기가 어렵다는 것. 때문에 일사에너지가 실내로 들어오기 전에 밖에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롤러셔터는 외부차양의 한 종류로 여름철 뜨거운 태양빛을 건물 외부에서부터 차단해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추운 계절에는 차가운 외부 공기를 막아 난방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더욱이, 롤러셔터는 일반적으로 단열재를 내장한 금속 소재로 이루어져 단열효과가 특히 우수하다. 실제 롤러셔터 설치 시, 20~30%의 냉난방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직사광선과 자외선으로부터 실내를 보호하고, 비·우박·태풍 등 악천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창호의 손상도 막아준다. 이외에도 최대 10dB 소음 차단 효과, 방범 기능, 사생활 보호 기능 등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여름철 실내온도를 3~4도 낮춰주는 ‘차열페인트’
차열페인트도 에너지 절감 자재로 주목받고 있다. 차열페인트는 건축물 외부에 도장하는 흰색 특수 도료로, 여름철 태양열을 효과적으로 반사해 건축물 내외부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열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고기능성 제품이다. 구체적으로, 태양열의 70~90%를 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기능으로, 도시 열섬 현상(도심 중심부 온도가 주변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완화하고 냉방에 사용하는 에너지 소모도 줄일 수 있다. 특히, 건물 지붕이나 옥상에 시공하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높다. 이 방식을 ‘쿨루프(Cool Roof)’라고 부르며, 시공 시 여름철 옥상의 표면온도를 10~20도, 실내온도를 3~4도가량 낮춰준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차열페인트는 여름에 특히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겨울철에도 내부 열 방출을 차단하는 단열효과로 에너지 소비 절감에 이점이 있다. 대표적인 차열페인트 제품으로는 KCC ‘숲으로차열상도’, 노루페인트 ‘에너지세이버 쿨루프’ 등이 있다.
냉난방 효율 높여주고, 미세먼지·소음까지 차단해주는 ‘중문’
현관 중문은 냉난방비 절감과 인테리어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건자재다. 현관문은 외부와 직접 맞닿아있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복도식 아파트나 일반 주택의 경우 현관문을 통해 외부 공기가 내부로 더욱 쉽게 유입되어 단열에 취약하다. 이처럼 현관문을 통해 손실되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중문이다. 현관에 중문을 설치해 현관과 거실을 분리해주면, 실내를 외부로부터 한 번 더 차단할 수 있어 외풍을 막아주고, 단열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관 중문 설치로 연간 냉난방비를 10%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문은 단열효과 외에도, 쾌적한 실내환경을 조성해주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집안 외부의 미세먼지 등 유해 요소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차음성이 뛰어나 외부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준다. 또한, 집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인테리어 아이템인 만큼, 제품 선택에 따라 공간의 가치를 높여주고, 동시에 집안 분위기를 전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