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고물가 영향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리퍼브(리퍼비시·refurbish) 가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리퍼브 가구는 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되었거나, 제조·유통 과정에서 미세한 흠집 등이 생겨 새 상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구를 말한다. 그동안 리퍼브 가구는 새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 받아왔지만, 최근 고물가로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리퍼브 가구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증가 추세다. 가구·유통 업계 입장에서도 리퍼브 가구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을 수 있고, 재고 관리 부담까지 낮출 수 있어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가구값 고공행진에 리퍼브 가구 관심 증가
고금리·고물가로 큰 지출이 부담스러워지면서, 리퍼브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 제품과 품질 차이가 거의 없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실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발표한 ‘리퍼비시 제품 관련 U&A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77.6%)은 리퍼브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리퍼브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74.8%로 높게 나타났다.
중고 제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가격이 합리적이고 선택지가 다양한 리퍼브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퍼브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가구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소파 소비자물가지수는 126.03로 전년 동월 대비 27.7% 치솟았다. 전체 품목 중 6번째로 높다. 소파뿐만 아니라, 책상(13.7%), 식탁(10.3%), 거실장(8.3%) 등 가구의 오름세가 가팔랐다. 모두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3.4%)보다 2~4배 높은 수준이다.
한 가구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 새 가구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새 제품과 품질 차이가 거의 없고 가격은 저렴한 리퍼브 가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리퍼브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가구·유통 업계, 플랫폼 구축·매장 운영 등 관련 사업 적극 나서
가구·유통 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주목해, 리퍼브 가구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퍼브 가구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을 수 있고, 재고 관리 부담까지 낮출 수 있는 등 메리트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리퍼브 가구 매장 운영, 전문 플랫폼 구축, 온라인 리퍼브 제품 전문관 개설 등 형태도 다양하다.
현대홈쇼핑은 리퍼브 제품 전문 방송을 론칭했다. 지난 7월 현대H몰 라이브 커머스 채널 쇼라를 통해 ‘줍줍하쇼라’ 첫 방송을 시작, 리퍼브 가구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11번가는 올해 4월 리퍼브 제품 전문관 ‘리퍼블리’를 오픈했다. 11번가에 따르면, 리퍼블리 론칭 후 한 달간 침실가구 거래액은 전달 대비 1949% 상승했다.
또한, 현대리바트는 올해 3월 중고가구 거래 전문 플랫폼 ‘오구오구’를 론칭했고, 한샘도 리퍼브 가구를 한샘몰 등에서 특가에 판매하고 있다. 이케아는 사용하던 가구를 매입 후 리터치해 재판매하는 ‘바이백(buy-back)’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리퍼브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매장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신세계사이먼은 최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가구·가전 등의 재고 및 리퍼브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 ‘리씽크’와 입점 계약을 체결하고 매장을 오픈했다. 또한, 신세계까사는 까사미아 리퍼브 가구를 17개 아울렛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고, 가구·생활용품 등 리퍼브 제품 전문 업체인 올랜드아울렛은 지난 8월, 부산 해운대에 ‘올랜드&올소’ 직영점을 개점했다.
한 가구 업계 관계자는 “일반 유통 플랫폼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가구·유통업체들이 직접 합리적인 가격에 리퍼브 가구를 선보이면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