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업계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 중 하나로 ‘프리미엄’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 불황에도 수요가 꾸준한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가구 업계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국내 대표 가구 업체인 한샘의 경우, 지난해 상장 이후 20년 만에 첫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도 145억원의 영업손실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전쟁 등으로 인해 원자재비 및 물류비·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이유가 컸다.
시장 자체도 부동산 경기침체 및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가구 수요의 공급 지표 중 하나인 준공(입주) 실적과 주택 매매거래량은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해보다 더욱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준공(입주) 실적은 23만9059호로 전년 동기(25만8669호) 대비 7.6% 감소했고, 8월 누계 주택 매매거래량 37만4356건으로 전년 동기(38만5391건) 대비 2.9% 감소했다.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가구…고급 홈스타일링에 투자
최근 가구 업계는 프리미엄 가구를 공격적으로 선보이며,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명품 선호도가 패션에서 리빙으로 확대되고,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가구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구는 한 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하는 만큼, 고품격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프리미엄 가구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주택은 계속해서 고급화되고 있기 때문에, 공간에 어울리는 프리미엄 가구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경기 불황에도 고가 가구의 수요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인터넷쇼핑몰 롯데아이몰의 올해 3분기 가구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가 제품 판매량이 2분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샘의 프리미엄 드레스룸으로 꼽히는 ‘바흐 드레스룸’도 지난 6월부터 8월까지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뛰었다.
또한, 최근 MZ세대에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우니 전·월세 집의 인테리어라도 고급으로 꾸미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MZ세대가 프리미엄 가구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리적 만족도를 중요시하는 MZ세대들이 고급 홈스타일링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간의 가치를 높여주는 프리미엄 가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 차별화 신제품 잇단 출시
이처럼 프리미엄 가구가 업계의 주요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소비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차별화 된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먼저, 현대리바트는 최근 프리미엄 가구 라인 ‘리바트 마이스터 컬렉션’을 출시했다. 마이스터 컬렉션은 월넛, 애쉬, 버치 등 최고급 천연 원목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리바트가 운영 중인 프리미엄 가구 개발 연구실 ‘마이스터 랩’에서 모든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책임진다. 현대리바트는 이번에 마이스터 컬렉션 제품으로 침대와 소파 8종을 선보였고, 연내 식탁·티테이블 등 15종의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현대리바트는 프리미엄 구스 소파 ‘파니노’를 출시하고, 이탈리아 하이엔드 주방가구 브랜드 ‘발쿠치네’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는 등 프리미엄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샘도 최근 프리미엄 가구 신제품을 출시했다. 먼저, 한샘은 이탈리아산 가죽으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안락한 착석감을 완성하는 리클라이너 소파 ‘무브미 프라임 리츠’, 가죽 소파 ‘리도’, 가죽 소파 ‘뉴인피니’ 등 3종의 소파를 선보였다. 또한,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에 맞춰, 특허 받은 블랙티 스프링을 적용한 매트리스 최상위 라인 신제품 ‘포시즌7 일마’를 선보였다.
신세계까사는 올해 스웨덴 럭셔리 침대 브랜드 ‘카르페디엠베드’의 베스트셀러 모델 산도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고, 비스포크 시스템을 적용한 프리미엄 침대 신제품 ‘마테라소 아틀리에 컬렉션’을 전격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두모오앤코와 손잡고, 세계적인 모던 디자인 가구 브랜드 놀의 1700만 원대 사리넨 다이닝 테이블, 일본 명품 가구 리츠웰의 1300만 원대 엠티 디 테이블을 선보이는 등 해외 명품 가구 브랜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많은 가구·유통 업체들이 앞다투어 고가의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각 브랜드의 프리미엄 라인업이 다양화되면서 경쟁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