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경쟁력 갖춘 수입레진, 내수시장을 파고들다
경쟁력 갖춘 수입레진, 내수시장을 파고들다
미국산 레진 강세! 국산 대리점 울고, 수입산 취급점 웃고
PVC새시 원자재인 PVC레진(이하 레진)의 수입량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중국에서 수입되던 레진에 가세해 최근 몇 년 새 미국산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수입레진 비중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올해 레진 수입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국내 레진 생산 업체가 강경책을 펴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수입레진을 취급하는 업체가 점차 느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표적인 업체로는 주성폴리머, 금양, 우주피아 등이 있다.
중국·미국산 레진, 시장의 문을 두드리다
국내에 수입레진이 발을 들인 건 약 7~8년 전 중국 제품을 수입하면서 부터다. 물론 품질면에서 국산 내수용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톤당 10~20만원 저렴한 가격 때문에 수요는 일정량 유지되었다는 게 한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초창기 마진율을 극대화하고자 한 업체와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업체를 중심으로 수입레진이 퍼져나갔다”며 “하지만 품질문제와 국내 레진 업체의 영향으로 그 양이 미미해 레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미국산 레진이 가세하면서 국내 레진시장에 조금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국내 레진가가 안정세를 유지하지 못했고, 이에 더해 건설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통업체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고 품질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미국산 레진의 수요량이 증가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국내 레진가 추이를 이용해 미국산 레진을 국내에 저렴하게 유통할 수 있었고, 품질면에서도 손색이 없어 찾는 업체가 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국내 레진 업체가 어느 정도 가격을 맞춤과 동시에 입김도 작용해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수입레진 점유율 20% 추정
그렇게 점진적으로 점유율을 높여오던 수입레진이 최근 1~2년새 국내 시장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그 중 특히 미국산 레진의 수입량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경기 불황으로 기존 거래국들의 수입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그나마 내수가 있는 아시아로 물량이 집중되었고, 그만큼 가격도 많이 하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FTA(자유무역협정) 영향으로 관세가 하락해 올해는 5.8%수준이었으며, 내년은 5.2%로 더욱 떨어질 전망으로 가격 경쟁력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주춤하고 있는 중국산 레진도 품질면에서 크게 개선되었다는 평가 아래 수입량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입레진의 내수량은 1만여톤 정도로 보이며, 이는 지난해 국내 레진 사용추정량 10만여톤의 10%에 준하는 수치”라며 “수입레진이 더욱 강세를 보이는 올해의 총 레진 수입 예상량은 2만여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레진 내수량의 약 20% 수준으로 몇 년 전만해도 5%미만으로 추정되던 수입레진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레진 생산 업체의 움직임도 이 같은 시장변화에 한 몫을 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올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그린 반면, 국내 레진 생산 업체는 올해 두 차례 가격인상을 단행하는 등 고가의 가격정책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이는 마진율을 높일 수는 있었으나, 국내 시장 점유율을 수입산에게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 업계 관계자 “가격차이가 심하게 벌어진 까닭에 경쟁에서 조금씩 밀리는 추세”라며 “국내 레진 생산 업체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수입레진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 레진 대리점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대리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위탁 판매 형태의 대리점 당시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잦은 판매가 변동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해진 가격에 물건을 받아 대리점이 직접 값을 정해서 판매해야 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격경쟁에 직접적으로 뛰어든 셈이 되었다.
물론 수입레진이 내수시장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린다면, 기존 거래처들의 일탈 위험이 크다. 때문에 국내 레진 생산 업체가 머지않아 새로운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예측하고 있지만 현재 대리점들의 어려움이 큰 것은 영락없는 사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가에 따라 마진이 큰 폭으로 변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호황기라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그렇다고 수익률을 최저치로 낮춰도 수입레진가를 따라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수입산 취급 업체 증가세
국산 레진 대리점이 힘든 고비를 겪고 있는 반면 수입레진을 취급하는 업체는 점차 느는 추세다. 스탁세일(Stock Sale)과 오퍼세일(Offer Sale)로 나뉘는 수입레진 취급업체들의 유통형태는 기존 수입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영수하는 오퍼세일을 하는 업체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직접 물품을 수입해 실수요자에게 레진을 매각하는 스탁세일에 관심을 가지는 업체가 늘고 있다. 이런 스탁세일을 하는 대표적인 업체로는 주성폴리머를 들 수 있다.
주성폴리머 관계자는 “자사의 경우 마켓트렌드와 흐름을 잃고 수입레진을 최적의 시기에 구매해 적정가격에 국내에 보급하고 있다”며 “분명 리스크는 크지만, 그만큼 잘 되었을 때 수익률은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 원자재가를 분석하고 예측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요즘 특수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몇몇의 규모가 큰 새시 업체의 경우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입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