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건자재 대기업, 첨단 소재사업 집중도 올린다

2014-08-11     이보경 기자

건자재 대기업, 첨단 소재사업 집중도 올린다
자동차 부품, 태양광, IT소재 등 분야 성장세 고공행진

 

국내 건축자재 대기업들이 첨단소재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은 국내 3대 건자재 기업이었던 한화L&C의 건재사업부문을 외국계 기업에 매각하면서, 첨단소재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를 감행했다. LG하우시스 역시 소재사업부문이 건자재사업부문을 바짝 추격할 정도로 비중을 높여가고 있으며, KCC는 반도체 관련 소재에 큰 투자를 이어가면서 올해 폴리실리콘 사업에도 재도전한다.

 

한화, 건자재사업부 매각
한화그룹 제조계열사 중 하나인 한화L&C가 건재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첨단소재분야에 집중한다.
한화L&C는 지난 6월 13일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이하 모건스탠리 PE)와 건재사업부문 매각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L&C는 우선, 7월 1일자로 소재사업부문과 건재사업부문으로 물적 분할한 후 매각실무과정을 거쳐 7월 하순 모건스탠리 PE에 매각을 완료했다. 매각 후 건재사업부문이 기존 사명인 한화L&C를 사용하고, 소재사업부문은 이해하기 쉽고 전문성을 갖춘 ‘한화첨단소재’로 사명을 바꿔 새출발한다.


이번에 매각된 건재사업부문은 PVC 창호,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7,198억원, 영업이익은 222억원이다. 현재 재직중인 임직원은 600여명이다. 한화L&C는 인수자인 모건스탠리 PE와 향후 5년간 건재사업부문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을 그대로 승계하는 것을 기본 조건으로 합의했다.


매각 규모는 약 3,000억원이며, 모건스탠리 PE가 건축자재 사업부 차입금 등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실제 매각금액은 1,413억원이다. 한화L&C는 이 매각대금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소재사업부문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채비율은 180% 수준에서 110%대로 낮아지게 된다.

 

LG, KCC, 한화 소재파트 투자 UP
한화그룹의 한화L&C 건재사업부문 매각은 소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화L&C 소재사업부문은 한화첨단소재로 사명을 변경하고, GMT(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 LWRT(저중량 열가소성 플라스틱) 등 산업용 플라스틱과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소재인 ITO 필름, 연성회로기판 등 전자소재 부문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 소재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한화첨단소재는 이미 미국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아즈델 법인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증설하고 있고,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에서도 자동차 범퍼 소재 공장을 증설 중이다.


한화첨단소재는 지난 2007년 미국 자동차 부품 소재기업인 아즈델(AZDEL)社를 인수, 자동차 부품 및 소재를 전 세계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을 갖췄으며, 현대•기아차를 기반으로 GM,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로 고객을 확대했다.


또한 1995년부터 한화첨단소재가 첫 양산을 시작한 경량화 복합소재인 GMT(유리섬유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는 세계 GMT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을 만큼 기술력과 품질을 모두 인정받고 있다.
2012년에는 스마트기기 주요부품인 터치스크린패널(TSP) 분야에 진출, 핵심소재인 ITO(Indium Tin Oxide)글라스와 ITO필름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부터 ITO필름 양산을 시작해 일본,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ITO필름 사업에서 2018년까지 총 5호기까지 생산라인을 늘려 현재 72만㎡인 연간 생산능력을 550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첨단소재는 지난 2010년 태양광 산업의 핵심소재인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시트´를 국산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현재 태양광 모듈에 사용되는 EVA시트와 백(Back)시트를 모두 생산, 한화그룹이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시장은 그동안 전 세계 상위 5개사가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LG하우시스는 소재 사업부문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면서 건자재 사업 부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LG하우시스 관계자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가전 표면재, 정보기술(IT)기기 터치스크린 소재, 자동차 부품 및 원단 등의 주력 제품을 앞세워 2009년 34%에 불과했던 소재 매출 비중이 지난해에는 40%를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석유화학 원료 대신 세계 최초로 바이오 소재를 적용한 자동차 원단으로 친환경성을 부각시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이 적용된 차량은 미국 UL사로부터 환경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자동차에 이어 IT 소재 경쟁력도 강화했다. 터치스크린용 투명 양면 점착제(OCA)는 시장 진출 3년 만에 3M, 일본 히타치 및 미쓰비시와 함께 글로벌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KCC는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 하고 있다. KCC는 반도체를 먼지,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봉지재인 EMC(메모리 반도체 보호소재), 전력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DCB(Direct Copper Bonded) 기판 등 무기소재와 EMC 및 반도체 웨이퍼용 필름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KCC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사업인 파워 모듈(Power Module)을 최근 해외전시회에서 선보여 호평을 자아낸 바 있다.
이와 함께 KCC는 시황 악화로 2년 넘게 국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던 폴리실리콘 사업에도 재도전한다. KCC는 사우디아라비아 MEC와 합작, 연간 생산 3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지으며, 잠시 손을 놓았던 태양광 사업에 다시 착수하는 모습이다.


KCC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합작사인 KAM 흡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올해 사우디에 집중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자재 대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재 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점치고 첨단소재 개발에 적극성을 보여 왔다”며 “향후에도 성장세가 둔화된 건설시장에 비해 투자가치가 높은 소재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