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이신자, 실로 그리다’ 개최

2023-10-26     장영남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섬유예술의 1세대 작가 이신자의 대규모 회고전 이신자, 실로 그리다922일부터 20242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이신자, 실로 그리다는 이신자(1930~ )의 예술 세계 전반을 재조명하고자 마련되었다. 작가는 1970년대 섬유예술이라는 어휘조차 없던 시절에 태피스트리’(tapestry)를 국내에 소개하는 효시적 역할을 하며, 한국 섬유예술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한 주역이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초기작부터 2000년대 작품 90여 점과 드로잉, 사진 등의 아카이브 30여 점을 통해 이신자의 생애와 다채로운 작업 전반을 새롭게 읽어보고자 한다.

이신자는 다양한 섬유 매체를 발굴하고 독자적인 표현 기법을 적용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 섬유예술계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신자의 초기 작업에는 전통적인 섬유 소재 대신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와 같이 일상의 재료와 한국적 정서가 담긴 평범한 소재가 활용됐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공예 기법과 틀에서 벗어나 당시 대한민국 자수는 이신자가 다 망쳤다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파격적인 시도들로 1956(5)1958(7)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며 30세에 국전 초대작가가 되었다. 1972년 국전에 출품한 벽걸이’(1971)는 국내에 처음 선보인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전통적인 태피스트리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독특한 재질감과 입체적 표현을 만들어냈다. 이후 작품에는 강렬한 색상의 대비로 신비감을 더하고, 간결하지만 대담한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섬유조형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전시는 이신자의 작품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4부로 나누어, 각 시기별 한국 섬유미술사의 변천사와 작가의 작품세계의 변모상을 함께 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1새로운 표현과 재료’(1955-1969)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초기 작품들로, 작가의 거칠지만 자유롭고 대담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실로 짜고, 감고, 뽑고, 엮는 다양한 방법으로 내면화된 자연의 정서와 정경들을 대담하게 단순화하여 짜임새 있는 구도를 선보인다.

2태피스트리의 등장’(1970-1983)은 작가가 1972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통해 태피스트리를 최초로 국내에 소개한 시기이다. 작가는 어릴 적 할머니의 베틀에서 익힌 직조의 과정을 토대로, 틀에 실을 묶어 짜는 최초의 태피스트리 작업을 완성했다. ‘’(1972), ‘원의 대화 I’(1970년대), ‘어울림’(1981) 등은 전통적 태피스트리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올 풀기로 독특한 표면 질감을 유발하는가 하면, 이미 짜인 실을 밖으로 돌출시키는 부조적 표현으로 입체적인 질감을 형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3날실과 씨실의 율동’(1984-1993)에서는 한국 섬유미술의 개화기라 일컬을 만큼 국내 섬유 미술계가 새 국면을 맞이한 시기의 작품을 다룬다. 작가는 숲의 왕자’(1987)와 같은 의상디자인과 무대막 등 작업 범위를 넓히고 자유로운 표현 방법을 구사했다.

4부드러운 섬유-단단한 금속’(1994-2000년대)에서는 자연을 관조할 수 있는 하나의 창으로 금속 프레임을 배치해 3차원 세계를 구성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확장된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산의 정기시리즈(1990년대)에서는 어린 시절 울진 앞바다에서 본 바다 풍경과 아버지 손을 잡고 오르던 산의 정기엔 파도 소리, , 추억, 사랑, 이별, 이 모든 것이 스며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평생을 지배해 온 주제인 자연의 영원한 생명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