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벽지시장
생산량•수출량 최고치
상반기 생산 규모 2억9130만㎡, 수출 금액 856억원
벽지시장은 최근 수년간 내수규모 약 3000억원을 기록하며 대외적인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생산•내수물량이 매년 크게 변동했고, 시장별 규모도 건설경기에 따라 뚜렷한 증감세를 보였다. 올해 벽지 생산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생산량 대비 내수량은 저조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이에 따른 단가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며, 이러한 요소들은 대표업체들의 매출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반면, 수출시장의 성장세는 확연하다. 매년 역대 최고 수출량을 경신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벽지 최대 수입국인 터키에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최종 판정 결과를 공표하면서 국내 업계에 악재가 생겼다.
본지에서는 이러한 벽지시장의 변화를 각종 통계를 통해서 분석해보았다.
생산량 최대, 내수량 건축지표 대비 저조
최근 건설경기가 큰 회복세를 보이며 건자재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벽지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광공업 생산·출하·재고·내수·수출량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벽지 생산량은 2억9130만㎡로 역대 최대 생산량을 기록한 2014년 상반기(2억9935만4천㎡)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2012년, 2013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며, 현재까지의 상황을 봤을 때 올해 벽지 생산량은 이 시기보다 약 4000만㎡ 이상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지난해와 올해 벽지 업체들의 전반적인 매출이 증가세를 보였고, 특히 지난해 아파트 준공실적이 27만7천호로 전년대비 18.0% 증가하면서 특판 시장에 치중한 업체들이 큰 이득을 봤다. 국내 벽지 업계에서 아파트, 주상복합 등 특판 시장 매출이 가장 높은 업체는 서울벽지와 디아이디벽지이며 이 업체들은 지난해 각각 전년대비 16.9%, 14.8%의 높은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비록, 올해 상반기 아파트 준공실적은 11만3천호로 전년 동기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최근 수년 중 최고 수치이며, 하반기 준공물량도 높은 수치가 예상되면서 이 두 업체들은 올해 역시 좋은 결과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 높은 벽지 생산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주택 거래량이다. 이사 시 벽지를 새로 도배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벽지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매매 거래량은 2006년 통계집계 이후 최대치인 61만건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년 동기대비 29.1% 증가한 수준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전월세 거래량은 77만1천건으로 집계되었으며, 전년 동기(75만1천건)대비 2.7% 증가했다. 이 또한 최근 5년 중 최고 수치다.
한 벽지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벽지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저가 실크벽지와 합지벽지에 수요가 크게 몰리면서 생각만큼 매출신장이 크게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벽지 수요와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업계에서는 각종 건축지표 대비 내수 수요가 저조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단적으로 비교하면, 2011년도 상반기 벽지 생산량은 2억4537만4천㎡, 내수량은 2억5289만1천㎡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벽지 생산량은 2억9130만㎡, 내수량은 2억2792만8천㎡을 기록했다. 생산량은 올해가 더 많지만, 내수량은 2011년이 더 많다. 그리고 내수량이 더 많은 2011년보다 올해 건축지표가 더욱 호조세다. 2011년도 주택 준공실적은 33만9천호였고, 올해 예상 준공물량은 43만4000천호다. 주택 거래 역시 올해가 더 활발하다. 쉽게, 각종 건축지표를 기반으로 했을 때 올해 벽지 내수 수요가 2011년 보다 높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이는 벽지를 대체할 벽장재, 페인트 시장의 확대와 하우스 푸어 양산으로 인한 인테리어 투자 저조 등 현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 벽지 업계 내에서는 이를 크게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벽장재, 페인트 등 벽지를 대체할 수 있는 건자재 시장이 확대되고, 비용부담으로 이사 시 도배하는 가구가 줄어들면서, 건설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에서 큰 이득은 못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수출 규모 1700억원 전망
건설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불안한 내수시장과 달리 수출시장은 호황이다. 지난해와 올해 역대 최대 벽지 생산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해외시장의 확대가 가장 큰 이유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벽지의 수출물량이 크게 증가한 시점은 2010년(6442만3353US$, 전년대비 120% 증가)으로, 이후 매년 최고 수출물량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10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억3136만0992US$(한화 약 1557억원) 규모의 수출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수출규모는 7219만5958US$(한화 약 856억원)를 기록, 올해 역시 역대 최고 수출물량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수출시장이 활발한 1차적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벽지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에서 경제 성장에 의해 소비자의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기존 페인트 문화가 보다 고급스러운 벽지 문화로 대체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터키,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 국가들의 한국 벽지 수입량은 최근 5년 동안 매해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세계 벽지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특히 국산 벽지가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품질, 디자인 대비 가격경쟁력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산 벽지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 국가의 벽지 대비 10배 이상 저렴하면서도 품질,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현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한 바이어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밝은 컬러와 모던한 디자인의 벽지가 특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높은 기온에도 변질되지 않는 품질을 갖춘 제품이 선호되고 있는데, 한국 벽지는 이러한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만한 품질과 디자인에 더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캄보디아, 브라질 등 수많은 국가에서 최근 국산 벽지의 수입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베트남의 경우 영화·패션·문화 등 한류 효과가 국산 벽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등 다양한 이유로 국산 벽지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수출시장에 악재도 생겼다. 터키 경제부가 지난 6월 20일 수입벽지에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최종 판정 결과를 공표함에 따라, 수출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터키는 한국 벽지 최대 수입국으로 이번 조치 대상 주요 3개 벽지제품에 대한 한국으로부터의 2014년 수입액은 4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수입벽지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이 정식 발동하게 되면 3년(예정)동안 연도별로 인하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발표된 관세 부과액은 1년차 1㎏당 5.00달러, 2년차 1㎏당 4.50달러, 3년차 1㎏당 4.00달러다. 이번 긴급수입제한으로 인한 관세 부과액을 적용하면 벽지의 중량별 가격대에 따라 부담 세율은 다르나, 수출가격이 기존보다 100% 이상 상승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벽지의 가격경쟁력과 마진율이 심각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견되며, 실질적으로는 수입 금지에 해당하는 효과를 보일 전망이다.
벽지 물가지수 최악, 가격경쟁 심각
국내 벽지 시장의 긍정적인 외형과 달리 가격경쟁은 극심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벽지의 생산자•소비자물가지수가 최근 5년간 큰 변동이 없다. 생산자•소비자 물가지수는 일정 시점의 연평균 물가를 100으로 잡고 가격변화 추이를 수치로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조사 당시의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측정할 수 있다.
벽지의 생산자물가지수는 2012년 8월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변동이 없다. 2010년을 100으로 놨을 때, 2012년 8월의 생산자물가지수는 107.5이며 이 수치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순 분석으로, 2012년 이후 현재까지 벽지 가격의 상승이 없었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로 보면 벽지 단가는 더욱 심각하다. 기준이 되는 2010년(100) 이후 현재까지 99~103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올해 상반기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101.7을 나타냈다. 최근 5년간 소비자 벽지 가격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타 건자재와 비교해보면, 벽지 가격의 심각성이 도드라진다. 바닥재의 경우 2010년을 100으로 봤을 때 올해 상반기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115.2이고, 페인트는 122.2이다.
현재 벽지 시장에서는 고가의 제품이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중저가 제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몇 년 간 선두기업들 역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서 가격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가격적 우위를 점해야하는 중하위권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초저가 제품인 천장지, 소폭 합지벽지의 시장가는 전반적인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2년 전에 비해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고, 저가 제품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해진 건 사실”이라며 “물가지수가 시장의 가격 변동을 완벽히 정의할 수는 없으나, 최근 수년간 제품 가격이 정체되어있다는 측면에서 흐름이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