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량 감소, 컬렉션 단가 하락
올해 상반기 벽지시장은 별다른 반등 없이 약보합세를 보였다. 벽지시장은 수년째 큰 성장세를 보이진 못하고 있지만, 지난 2~3년간은 건축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주택 거래량이 증가세를 보이며 시판 시장, 특판 시장 등 모든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특히 시판 시장에서의 벽지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행히 특판 시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과거 예측과 다르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역시 물량이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처럼 위축된 시장상황 속에서도 선두권 업체들은 시장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내수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제품 측면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높은 합지벽지의 비중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으며, 무지벽지의 수요 역시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벽지시장에 건자재 대기업 한화L&C가 새롭게 진입하며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내수규모 약보합세, 시판 시장 부진
올해 상반기 벽지시장의 내수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소폭 하락했다. LG하우시스, 신한벽지, 개나리벽지, DID벽지, 서울벽지, 코스모스벽지, 제일벽지 등 기업들의 매출을 검토해본 결과 올해 상반기 시판 시장의 규모는 약 11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으며, 특판 물량은 전년과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내수규모는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지난해 규모인 3200억원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시판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LG하우시스의 내수 장악률은 올 상반기에 조금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상위 매출 기업 개나리벽지, 올해 내수 비중을 한층 끌어올린 코스모스 벽지, FT벽지 등 몇몇 업체만이 시판 시장에서 보합세를 보였다. 이외에 대부분의 업체는 올 상반기 시판 시장 매출이 떨어졌다. 반면, 올해 특판 시장은 분위기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이에 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DID벽지, 서울벽지, 신한벽지 등 업체의 특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시장은 확실히 분위기가 썩 좋지 못했다. 시판 시장, 수출 시장 등 모든 시장에서 별다른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와 같은 큰 사회적 이슈가 없었음에도 벽지업계의 체감경기는 싸늘했다. 그 중에서도 시판 시장의 부진은 많은 벽지 업체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상위권 업체 중에서는 시판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곳도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1, 2월 비수기에 어느 정도 수요가 발생하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오히려 성수기인 3~5월에 수요가 특별히 몰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5월은 역대 최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장이 좋지 않았다.
주택 거래량 감소가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계 주택매매거래량은 37만5048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25.1%나 감소했다. 전월세 거래량 역시 1월부터 5월까지 누계 63만2761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2% 하락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시판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주택 거래량 저조가 큰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며 “몇몇 업체를 제외한 다수 업체의 시판 물량이 전년 동기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컬렉션 단가 인하, ‘대세’ 무지 제품으로 시장 공략
이처럼 시판 시장의 저조가 이어지자, 벽지 업체들이 선택한 카드는 우선 두가지다. 그 첫 번째가 가격경쟁력 강화다. 각사가 올해 새롭게 선보인 실크벽지, 합지벽지 컬렉션들은 이전 컬렉션대비 5%~10% 가격이 인하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몇몇 업체에서는 수요가 급속히 줄은 고가 실크벽지 브랜드의 가격을 크게 내려 경쟁력을 확보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이는 높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시판 물량을 늘리고, 공장가동률을 유지함과 동시에 신규 브랜드에 대응하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하지만 한두업체를 시작으로 결국 대부분의 업체가 가격을 내려 결과적으로 전체 시장가만 낮아진 단순히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되어버렸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비단 실크벽지, 광폭 합지벽지의 얘기만은 아니다. 현재 천장지와 소폭 합지벽지는 마진율 ‘제로’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또한 올해 상반기 많은 벽지 업체들은 인기 있는 컬렉션의 출시일을 예정보다 앞당겼다.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제품을 유통해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 중 특히 신규 무지벽지 컬렉션이 예정보다 시장에 빨리 풀렸다. 현재 무지벽지의 인기는 대세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하다. 대표적인 무지 컬렉션으로는 개나리벽지 ‘아트북’, 신한벽지 ‘심플’, 서울벽지 ‘플레인’, 제일벽지 ‘베이직 플러스’ 등이 있으며,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공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무지벽지의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무지벽지 컬렉션과 일반 컬렉션의 판매 비중은 7:3정도로 보이며, 일반 컬렉션 내에도 무지디자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제품 중 무지벽지의 판매 비중은 80%가 넘을 것”이라며 “무지벽지는 무늬가 없어 시공이 비교적 편해 도배사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제품이다”고 밝혔다.
광폭 합지벽지 수요 증가세
무지벽지의 인기 상승세와 함께 합지벽지의 비중도 올해 더욱 올라갔다. 디자인과 가격 모든 면에서 소비자를 충족시키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합지벽지와 실크벽지의 디자인 격차가 현저했지만, 지금의 합지벽지는 디자인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고급화됨에 따라 반대로 실크벽지의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여기에 가격경쟁력도 매우 뛰어나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자가소유주택 대비 전월세주택이 증가하는 추세고, 인테리어 투자가 부담되는 하우스푸어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상황은 저렴한 합지벽지의 매출 비중이 증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에 현재 주요기업들의 실크벽지와 합지벽지의 판매 비중은 4.5:5.5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역시 소폭 합지벽지의 수요는 감소세를 보였다. 흔히 합지벽지라 하면 광폭 합지벽지를 뜻하며, 소폭 합지벽지는 폭이 더 좁고, 더욱 저렴하며 디자인이 비교적 떨어지는 제품이다. 소폭 합지벽지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광폭 합지벽지와의 가격차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광폭 합지벽지의 가격은 시장 전반적으로 올해도 5% 이상 저렴해진 반면, 소폭 합지벽지는 이미 가격하락이 이뤄질 수 없을 만큼 가격이 낮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디자인, 시공성 등 다방면에서 장점이 있는 광폭 합지벽지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광폭 합지벽지의 가격경쟁력이 계속해서 높아짐에 따라, 실크벽지와 소폭 합지벽지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 더욱 저렴해진 광폭 합지벽지 컬렉션이 다수 선보여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차별성 강한 컬렉션 출시 이어져
올해 상반기에도 각사는 2016 컬렉션을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LG하우시스, 개나리벽지, 신한벽지 등 선두업체를 비롯해 DID벽지, 서울벽지, 제일벽지, 코스모스벽지, FT벽지, 거목벽지, 디자인벽지 등 많은 벽지업체들도 다양한 컬렉션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며 시판 시장 공략에 열을 올렸다. 특히 올해는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벽지가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밝고 다양한 컬러웨이, 풍부한 질감 표현이 강조된 컬렉션도 다수 선보여져 호응을 얻었다.
먼저 LG하우시스는 올해 상반기 감각적인 공간 구성에 적합한 Z:IN 합지벽지 ‘휘앙세’ 및 실크벽지 ‘베스띠’ 신규 패턴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들은 고객의 워너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유행 보다는 다양한 고객 취향을 아우르는 것에 중점을 뒀으며, 컬러 및 패턴의 다채로운 라인업과 풍부한 질감 표현은 물론, 무지벽지 위주의 페인트 컬러를 확대해 선택의 폭을 넓혀 큰 호응을 얻었다.
신한벽지는 가정용 실크벽지 ‘2016 리빙’을 출시했다. 이 컬렉션은 무지의 비중을 늘리고, 더욱 밝고 풍부한 컬러웨이를 수록, 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인다. 특히 차분하고 풍부한 컬러감의 내추럴한 직물 무지,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심플한 단색 무지, 모던하고 감각적인 느낌의 도트 무지, 자연의 소재를 그대로 재현한 갈포와 코르크 등 다양한 무지 제품을 수록해 선택의 폭을 넓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차별성 있는 구성, 다채로운 컬러, 새로운 기법이 돋보이는 합지벽지 컬렉션 ‘2016 이노센스’를 선보였으며, 천연우드, 천연스톤, 천연패브릭 세가지 테마의 친환경 컬렉션 ‘2016 자연림(林)’을 출시해 호평을 자아냈다.
개나리벽지는 올 상반기 실크벽지 컬렉션 ‘2016 에비뉴’를 출시했다. 이번 컬렉션은 화려함에 치중된 기존의 럭셔리 스타일과 달리, 자연을 담은 질감과 팔레트에 그려놓은 듯 생기 넘치는 색감을 더해 모던한 느낌을 절제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추구해 호응을 얻었다.
또한 개나리벽지는 유행을 타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과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컬러의 조합이 돋보이는 2016 실크 신제품 ‘아트북’, 합지벽지 컬렉션 ‘2016 스타일’, 소폭 합지벽지 컬렉션 ‘2016 스토리’, 친환경 천연벽지 컬렉션 ‘자담’ 등 다채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자담’은 편백을 비롯한 다양한 천연소재(황토, 녹차, 쑥, 들꽃, 신서란)를 함유한 고급 친환경벽지 컬렉션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서울벽지에서는 디자인 퀄리티가 우수한 합지벽지 컬렉션 ‘데이지’, 실크벽지 컬렉션 ‘플레인’을 새롭게 출시했으며, DID벽지에서는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합지벽지 컬렉션 ‘더원’, 실크벽지 컬렉션 D&D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FT벽지는 올해 상반기 풍부한 컬러웨이와 차별화된 디자인이 특징인 실크벽지 컬렉션 ‘이룸’과 합지벽지 컬렉션 ‘벨루체’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으며, 제일벽지는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중심인 합지벽지 컬렉션 ‘해피데이’, 실크벽지 컬렉션 ‘J’를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코스모스벽지는 생동감 있는 색감이 돋보이는 실크벽지 컬렉션 ‘소호’로 인기를 얻었으며, S.대우벽지는 깔끔하면서도 간결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인 ‘무지’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화L&C 벽지시장 진입, 긴장감 UP
올 상반기 벽지업계에는 또 하나의 큰 이슈가 있다. 바로 건자재 대기업 한화L&C가 벽지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것. 한화L&C는 각종 바닥재, 인테리어 스톤, 인테리어 시트, 창호 등 다양한 제품군을 유통하며 건자재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업체로, 올해 벽지 브랜드 ‘Q벽지’를 새롭게 론칭했다. 한화L&C는 Q벽지 브랜드 론칭과 함께 지난 5월 합지벽지 컬렉션 Q’tie(큐티에)를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였다. 그리고 오는 8월에는 실크벽지 컬렉션 Q’Pid(큐피트)를 출시, 완성된 제품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대기업인 한화L&C의 유통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제품에 있어서도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고 있어 업계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에 기존 시장의 업체들은 다양한 대응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한화L&C의 시장 진입이 올해 출시된 컬렉션들의 단가가 하락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화L&C 관계자는 “기존의 광대한 네트워크와 다양한 건자재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것”이라며 “철저하게 고객중심의 판매 전략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