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조명의 분류 1
이번달부터는 빛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딱딱한 이론적 이야기도 많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매월 진행하는 연재분량이 그리 많지 않고, 최대한 쉽게 풀어서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부담은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차인호의 조명디자인’이라는 칼럼 타이틀인데 조명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요한 것은 조명을 인식하기 이전에 빛과 공간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4달 동안의 연재내용을 통하여 독자들은 대략적으로나마 빛과 공간의 중요함을 먼저 인식할 수 있게 되었을 것으로 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우리가 실제로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조명기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그 중에서도 조명기구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본 연재물의 주요내용은 저자의 저술서 내용을 참고하고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전기조명이 발명되기 전까지 양초는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광원이었다. 하지만 첨단 LED조명까지 넘쳐 나는 오늘날 왜 사람들은 촛불을 찾고 있을까? 우리는 단순히 많은 양의 밝은 빛으로 어둠을 밝히기 위한 기능보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차분하고 작은 빛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조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따뜻한 감성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초 시장 규모는 연간 24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결코 작은 수요가 아니다.
1) 자연광과 인공광
자연광은 크게 나누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태양빛과 달빛 그리고 화산의 분출, 용암, 모닥불과 같이 땅에서 뿜어 나오는 불의 에너지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화산의 분출, 용암, 모닥불 등이 이에 해당된다. 조명 디자이너 멘데카오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태양광과 불의 양쪽에는 모두 신이 머무르고 있는데, 위대한 신에게서 비춰지는 태양광에 비하면 불은 인간의 손에 쥐어진 쉽게 만들어진 휴먼스케일적 자연광이다.’
즉,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것이 인간의 노력으로 얻은 최초의 빛이지만 이것 역시 자연광의 일부이다. 빛이란 본래 신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종교에서는 신에게 바치는 공양물이나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불이나 빛을 신성하게 여기고 있다. 지구상에는 태양이나 빛을 신성시 하고 신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하기 위해 빛을 소중히 하는 각 종교가 얼마나 다양하게 존재 하는가. 그리고 각 종교문화영역별로 건축에서의 빛의 해석은 각기 다른 자연환경과 기후, 건축 재료에 따라 다양한 표현을 하고 있어 무척 흥미롭다. 1879년 에디슨이 만든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전구가 사용되기 전까지 인류는 몇 만 년이나 ‘불’이라는 광원을 이용하여 어두움을 밝혀왔다.
‘불을 사용하는 인공광원’을 줄여서 이 책에서는 ‘불광원’ 이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나는 이것을 제 2의 자연광으로 분류한다. ‘불광원’, 불을 사용한 조명은 빛 에너지보다는 열에너지를 많이 발생시키므로 열이 많이 나고 빛의 밝기(광량)를 확보하는 데에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그리고 빛을 필요로 하는 공간에서 산소를 태워야 하고 그을음을 발생시키므로 실내 공기가 탁해지기 쉬웠다. 그러다 보니 전기광원 이전의 조명이라고 하면 난방(불)이 곧 빛이고 조명이었다. 한국의 경우도 최초의 조명이라고 하면 구석기 시대에 주로 사람들이 살고 있던 당시의 움집을 살펴보면 기능별 공간으로 각각 구분되지 않아 사람들은 내부공간의 한가운데의 바닥면을 둥글게 파내고 불을 피워서 추위를 녹이고 음식물을 익혀 먹었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 구덩이 주변에는 불이 주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냇돌’을 둘렀는데 이것이 열을 받은 후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뜨거운 상태가 지속된다. 이것이 바로 온돌(구들)의 기원이다. 이 당시에는 난방과 조명의 구분이 없던 시기로 지금의 기준에서 빛의 효율만으로 보면 아주 비효율적인 조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당시의 생활환경에는 야간에 높은 조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고, 난방을 겸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서는 오히려 효율이 좋은 빛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전기 조명 이전에 사용되었던 불광원의 역사가 훨씬 길다. 우리의 전통 가면극의 모습을 보자.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오광대 춤을 추면 일렁이는 붉고 거대한 불꽃이 만들어 내는 다이나믹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빛을 연출할 수도 있다. 때때로 훅 하고 커지는 불기둥은 거대한 생명체처럼 보는 이들을 더욱 긴장감 있게 몰입하게 만드는 훌륭한 무대 조명이다. 불광원은 2500K에서 3000K 이하의 비교적 낮은 색온도를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촛불이나 호롱, 석유램프, 가스등, 모닥불, 화로에서 발갛게 빛을 발하는 숯불도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다. 불광원이 가진 또 하나의 특성은 열이다. 다른 광원들에 비해 강한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살려서 빛의 계획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기 조명을 모두 꺼둔 공간의 테이블 위에 초를 하나 켜서 올려두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낮은 색온도를 가진 불광원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인간의 눈으로 직접 광원을 바라볼 수 있고 광원자체가 열을 가지고 있어 가까이서 인간이 그 따스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공광원은 눈이 부시어 오랜 시간 직접 바라볼 수 없고 광원이 가진 열을 인간이 느끼고 공유하기 힘들다. 하지만 불광원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불광원으로 조명계획을 해야 하는 경우는 균등한 배등을 피해 가장 자연스러운 비대칭의 균일하지 않은 음영으로 빛을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자연에 더욱 가까운 디자인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불광원을 사용하여 빛을 연출하고자 할 때 주의할 사항은 가급적 광원을 낮은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머리 위나 높은 위치에 이러한 광원이 위치하면 불광원의 높은 열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더욱 불안한 공간이 되기 쉽다. 이러한 이유에서 낮은 색온도의 광원은 낮은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 조명계획에 있어서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불광원에 대해서는 자연광적인 요소가 더욱 강하기에 디자인이나 설계상에서는 ‘자연광에 가까운 인공광’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인공광적인 요소를 완화시키고 자연광과의 조화를 필요로 하는 공간에서 사용한다. 이미 세계 정상급 조명디자이너들이 적용하고 있는 방법으로 최첨단 LED광원으로 조명설계를 한 공간에 따뜻한 느낌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린 촛대를 놓거나 벽난로를 설치하여 그 빛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자연광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게 연출할 수도 있다. 빛의 디자인에서는 얼마든지 자연적 요소를 도입하여 삭막하고 차가운 느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마법이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2) 광원의 종류
백열전구
백열전구의 특성은 형광램프와 비교하면 빛의 질적 평가가 뛰어나지만 수명이 짧은 것과, 램프의 효율(1와트당 광속)이 낮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열의 문제이다. 백열전구는 유입되는 에너지 중 가시광선으로 바꾸어 밝힐 수 있는 것이 10퍼센트 정도로 나머지는 대부분이 적외선으로 방사시키고 있다. 특히 스포트라이트로 이용하는 경우는 집광성 즉 빛의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복사열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스포트라이트 기구를 많이 사용하는 가게에서는 여름은 더위로 인해 쾌적한 쇼핑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LED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아직도 빛의 질을 요구하는 부분에서는 기존의 스포트라이트를 선호하는 경우가 더욱 많이 있다. 백열전구나 촛불에 대한 사람들의 느낌이나 인상이 좋은 것은 단순히 그 빛이 전달하는 따뜻한 색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 빛이 열이나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일 수 있지만 투입되는 에너지 대비 빛의 밝기, 즉 효율은 떨어지지만 따뜻함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이다. 같은 색온도의 LED와 백열전구라 하더라도 백열전구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시간당 백열 전구 2개가 내뿜는 열과 같은 열을 방출하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를 닮은 광원에 더 호감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형광등이 개발되기 전까지 가장 많이 쓰는 전구로 전력소모나 수명을 감안하면 경제적이지 않지만 태양광선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빛을 낸다. 백열전구의 종류 중에는 크립톤과 촛불 전구가 있다.
∙ 크립톤 : 램프 안에 크립톤 가스를 넣은 것으로 크기가 작고. 빛은 밝고 부드럽다. 일반 전구에 비해 수명이 2배 정도 길어 자주 갈아 끼우기 어려운 곳에 사용하면 좋다. 기존 백열등에 비해 천정이나 벽 등 작은 광원이 필요한 곳에 유용하며 질 높은 조명을 제공한다. 또한 백열전구에 비해 10% 더 밝고 균일한 빛으로 눈부심이 없다.
∙ 촛불 전구(CANDLE LAMP) : 램프가 작고 모양이 아름답기 때문에 노출된 상태에서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다. 크리스탈 샹들리에, 천정, 거실, 벽의 장식에 사용된다.
형광램프
형광등의 밝은 빛은 경제부흥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서려는 일본이나 그 이후 한국도 6.25전쟁 이후의 부흥기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때까지 사용되었던 약한 빛의 백열램프에 비해 약 3배의 파워와 10배 이상의 수명을 자랑하는 순백색의 밝은 빛은 공장이나 학교, 오피스 등의 학습이나 작업환경 뿐 아니라 상점이나 음식점 그리고 주택의 주된 조명으로 보급되어갔다. 길거리의 풍경도 오렌지색의 백열램프에서 흰색의 형광램프로 변화하고 약한 빛이 아닌 밝고 강한 빛으로 거리를 밝혔으니 형광등은 부흥의 빛으로서 상징물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과 같은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의 경우는 좀 사정이 달랐다. 새로 정비한 주거공간에서 차가운 느낌의 백색 가득한 형광등의 빛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형광등이 공장이나 오피스용의 작업용 조명에 해당하며 이것은 주택에는 부적합한 광원이라고 판단하였다. 독일은 가정용 광원이나 빛에 대해 에너지적 효율성 보다 빛의 질을 우선시하여 더욱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가정에서는 거실에 작은 백열전구 하나로 밝히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야간에 실내조명을 필요이상으로 차갑게 밝히는 것이 실내공간의 차분한 분위기를 해치고 있음을 그들은 오랜 조명계획의 역사 속에서 체험하고 알고 있었다. 전쟁 후, 경제 부흥기 50년대에서 60년대의 일본에서는 ‘전기’라고 하면 ‘조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일본어에서 전기라는 뜻에는 조명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도 전기는 불빛, 전깃불 이었다. 이러한 말도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만 말이다. 형광등은 단파장보다는 삼파장 전구의 빛이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보인다.
∙ 직관형 형광등(단파장) : 기존에 많이 쓰고 있는 긴 형태의 형광등이며. 백열전구에 비해서는 절전효과가 있지만 CCT가 높아 차가운 느낌이 든다.
∙ 원형 형광등(서크라인, 단파장) : 도넛 모양의 둥근 형광등이며. 막대형 형광등에 비해 불빛이 침침하고 수명이 짧아 경제적이지는 않다.
∙ 전구식 형광등(절전형) : 기존의 백열전구를 끼우는 곳에 바로 끼워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기존 백열전구의 대체용이다. 빛이 자연스러운 삼파장 램프이며 절전형. 가격은 비싸지만 수명이 길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며. 가장 손쉽게 절전형 조명으로 바꿀 수 있는 전구이다.
∙ 절전형 형광등(직관형) : 긴 형태의 형광등으로 절전용이며. 전용 안정기를 쓰면 더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절전 조명용으로 권장하는 전구이다.
할로겐램프
전구 안에 할로겐램프를 주입한 것으로 작고 가볍다. 고성능 전구이며 수명이 길며. 쾌적한 빛을 낼 수 있고 자연광에서와 같이 색을 선명하게 재현시킬 수 있다. 주된 용도는 상업공간의 스포트라이트용과 고도의 조명효과가 필요한 곳에 사용되며. 무대 조명, 실내의 높은 천정조명, 스포츠시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비행장의 활주로 매입등에 사용한다.
∙ MR할로겐 (반사경 할로겐전구 MINI REFLECTOR HALOGEN) : 거울로 된 반사판이 있는 것으로 반사판의 각도에 따라 조명 연출이 가능하다. 매입등, 스포트라이트용으로 쓰인다.
∙ JC 할로겐 : 램프가 작고 반사판이 없는 형태로 소형 등기구에 사용한다.
∙ 전구형 할로겐 : 일반 백열등 대체형 : 화사한 빛으로 연출하고자 할 때 하며 거실이나 침실에 많이 사용된다.
자료 차인호공간조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