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업계, 경기 하강으로 실적 부진
벽지 업계, 경기 하강으로 실적 부진
  • 백선욱 기자
  • 승인 2019.06.26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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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하우시스 ‘지아 패브릭&프레쉬’

올해 벽지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는 벽지 단가 인상, 특판 시장 활성화 등 이슈로 인해 업체들의 매출 규모가 반등하며 좋은 흐름을 보였다. 한 선두기업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20% 가까이 증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올 상반기, 시판 시장이 크게 무너지며 업계 전반적으로 규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아파트 등 특판 시장 및 수출 물량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초, 안정화되어가던 원자재가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그럼에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단가 인상을 단행할 수 없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대응력이 떨어지는 하위권 업체들의 존재감은 더욱 옅어지고 있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벽지 업체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한 신규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이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시판·특판·수출 규모 모두 하락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의 벽지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LG하우시스, 개나리벽지, 신한벽지, 현대L&C, 서울벽지, KS벽지, DID, 코스모스벽지, 제일벽지 등 주요 벽지 업체들을 중심으로 매출을 검토해본 결과, 올해 상반기 시판 시장의 규모는 약 11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대비 규모가 1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시판 시장의 규모는 1200억원이 넘었다. 또한 올 상반기 특판 시장 규모는 약 500억원으로, 이 역시 전년 동기대비 소폭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벽지 업계 ‘3LG하우시스, 개나리벽지, 신한벽지 모두 시판 매출 규모가 줄었다. 하락폭은 10% 내외다. 특이점은, LG하우시스 역시 벽지 매출이 감소했지만, 시판 시장 점유율은 조금 더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LG하우시스의 올 상반기 시판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대비 약 2% 상승한 34%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개나리벽지, 신한벽지의 시판 시장 점유율은 각각 20% 내외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2군 업체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벽지, DID, 코스모스벽지, 제일벽지 모두 올 상반기 시판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폭은 적게는 7%에서 많게는 30% 가까이 하락했다. 시판 시장 점유율은 각각 5% 내외로 지난해와 큰 변동이 없었다. 또한 서울벽지와 DID는 올해에도 여전히 특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현대L&C는 꾸준히 유통점을 늘리며 벽지부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샘은 내추럴 스타일, 클래식 스타일, 모던 스타일 등 전문디자이너가 트렌드에 맞춰 선정한 47종의 벽지를 선보여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KS벽지(에프티벽지)의 경우 시판 시장 매출이 상승했다. KS벽지는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매출신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7% 이상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약 5%의 시판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서울벽지, DID, 코스모스벽지, 제일벽지 등 2군 기업들의 시판 시장 점유율을 따라잡았다. 한편, KS벽지는 올해 초 KS그룹에 인수되었다. 이와 함께 공간컬렉션 3(이룸, 벨루체, 방염벽지)을 선보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하위권 업체들의 하락세는 올해 더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다수 벽지 업체의 매출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올 상반기 부동산 및 건축 시장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계 주택 준공실적은 175695호로 전년 동기(197096)대비 10.9% 감소했다. 아파트, 아파트 외 주택 모두 줄었다. 준공 물량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벽지 등 마감재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이사 시 다수의 소비자들이 도배를 새로 하기 때문에, 주택 매매 거래량 및 전월세 거래량도 벽지시장의 호황여부를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우선, 주택 매매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계 주택 매매 거래량은 202112건으로 전년 동기(304579)대비 33.6% 감소, 5년 평균(315426)대비 35.9% 감소했다.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소폭 늘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계 전월세 거래량은 694903건으로 전년 동기(645833)대비 7.6% 증가했다. 하지만 줄어든 준공실적과 매매 거래량을 커버하기에는 증가 폭이 매우 낮았다.

수출 시장 역시 성적표가 저조하다. 벽지 업계는 지난 2014, 13136만 달러까지 벽지 수출 규모를 끌어올렸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수출 규모가 하락했다. 지난 2015,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터키가 벽지류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이유가 컸다. 또한 중국 등 경쟁 국가의 기업들이 선전한 이유도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벽지 수출 규모가 6342만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올해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계 벽지 수출 실적은 1808만 달러에 그쳤다. 전년 동기(2438만 달러)대비 25.8% 하락한 수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벽지 수요는 증가 추세지만, 수입국의 규제 강화, 치열한 저가 경쟁 등 문제로 국내 업체들의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2군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제지·PVC가격 상승, 수익성 악화

매출만 하락한 것이 아니다.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물론, 지난해 상반기 업계 전반적으로 벽지 대리점 공급가가 10% 내외로 인상되었지만, 이전까지 수년 동안 단가가 끝없이 하락했고, 급등한 원재료비와 인상된 인건비를 감안하면 10%의 인상률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올해도 벽지 업계는 들쑥날쑥한 원자재가와 몇몇 악재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제지의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벽지의 주재료인 제지가가 폭등했다. 이후 올 초, 펄프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국제 펄프(SBHK) 가격은 지난 21톤당 745달러였지만, 이후 지속 상승해 5월에는 1톤당 800달러까지 올랐다.

더 큰 문제는 PVC. 실크벽지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PVC의 가격이 올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시장만의 악재가 더해졌다.

LG화학 여수공장의 PVC 페이스트 생산라인이 지난 4월 가동을 멈춘 것.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환경부에 염화비닐 배출량 조작 사실이 적발된 것과 관련, 문제가 발생한 생산시설을 폐쇄하겠다고 밝혔고, PVC 페이스트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PVC는 통상 스트레이트와 페이스트로 나뉘며, 실크벽지에는 페이스트 레진이 사용된다.

이로 인해 국내 PVC 페이스트 레진 가격이 불안정해졌다. 국내 공급자가 기존 LG화학, 한화케미칼 두 곳에서 한 곳으로 줄면서, 독점 형태가 되어버렸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여수공장의 PVC 페이스트 생산라인이 중단한 이후, 한화케미칼의 PVC 페이스트 레진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벽지 업체들은 수입 레진을 공급받거나, 가격이 오른 국내 레진을 사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 PVC가격 상승 외에도, 기존 LG화학에서 PVC를 공급받던 업체는 한화케미칼 혹은 해외로 거래처를 옮기는 불편함까지 겪게 되었다또한 핵심 주재료인 제지가격과 PVC가격이 올 초 대비 상승했지만, 시장 여건상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되었다고 전했다.

 

합지벽지 비중 증가, 리뉴얼 주기 연장, 소폭 제품 지양

수익성 악화의 이유는 제조원가 상승뿐만이 아니다. 주택 매매 시장보다 전월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수익성이 낮은 합지벽지의 매출 비중이 증가 추세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계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년 동기대비 33.6% 감소했다. 반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계 전월세 거래량은 전년 동기대비 7.6%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자가 주택에는 비교적 고급 제품인 실크벽지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고, 전월세 주택 및 임대 주택에는 저가 제품인 합지벽지를 사용하는 경향이 짙다.

한 업체 관계자는 주택 매매거래량이 줄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비교적 고급 제품인 실크벽지의 비중이 줄고, 합지벽지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일반적으로 실크벽지의 마진이 합지벽지의 두배 이상이며, 합지벽지 비중의 증가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벽지 컬렉션 주기의 연장이다. 기존 업계에서는 컬렉션을 1년마다 리뉴얼해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몇몇 컬렉션들의 리뉴얼 주기를 점차 늘리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컬렉션 리뉴얼 비용은 10억원이 넘으며, 주기를 연장시키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 1년마다 리뉴얼 하던 자사의 몇몇 컬렉션의 주기를 반년 정도 늘리기로 결정했다다만, 리뉴얼 시기를 연장한 것은 단순히 비용 절감의 이유뿐만 아니라, 무지 디자인의 압도적인 인기, 가격과 인지도 중심으로 흘러가는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몇몇 벽지 업체는 수익성이 극히 낮은 소폭 합지벽지와 관련해, 대량 구매 할인, 프로모션 등을 적용시키지 않으며, 소폭 합지벽지의 판매를 권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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