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추세
ㅣ‘외부차양 역할 부각’
ㅣ품질 경쟁력 바탕으로 시장 선택 이끌어 낸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제2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을 시행하면서 제로에너지건축시대가 본격 개막한 가운데 차양업계, 그중에서도 외부베네시안블라인드(EVB, External Venetian Blind)를 중심으로 한 외부차양업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고효율 건축물을 구현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외부차양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관련 업계는 추가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일정기준 건축물(연면적 3000㎡ 이상의 공공 업무시설 또는 교육시설)의 차양 등 일사조절장치 의무화 조항이 포함된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일부 개정안 시행 이후 큰 폭의 시장성장을 예상했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제로에너지건축물 구현에 있어 외부차양이 가져오는 장점을 수요처에 적극 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사저감 요소로 외부차양 뜬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제로에너지건축물 조기 시장 창출을 위해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규 혜택 발굴 및 지구·도시단위 제로에너지건축 확산을 통해 오는 2025년에는 민간건축물로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연면적 1000㎡ 이상 민간건축물은 물론,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이 포함되며, 공공건축물은 연면적 500㎡ 이상으로 강화된다. 이어 오는 2030년에는 민간, 공공건축물을 막론하고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은 모두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범위에 들어온다.
물론, 제로에너지건축물은 단열성능·기밀성능 강화 등 패시브(Passive) 요소와 고효율 기기 적용, 신재생에너지 생산 등 액티브(Active) 요소를 합쳐 전체적인 에너지자립률이 산출되는 만큼 차양 제품을 특정해 수요 증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에너지요구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패시브 요소 중 하나인 창호의 일사차폐성능을 높이기 위해 SHGC(태양열취득률) 성능이 뛰어난 기능성유리와 외부차양제품이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절약설계기준 등 차양장치 의무화 추세
이와 함께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 일정 기준 건축물의 차양장치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는 점도 향후 제로에너지건축물 구현 요소로 외부차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 따르면, 연면적 3000㎡ 이상의 공공 업무시설 또는 교육시설은 냉방부하저감을 위한 차양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남향 및 서향 거실의 투광부 면적에 대한 차양장치 설치 비율이 최소 10%를 넘어야한다는 것. 에너지절약계획서 상 건축부문 8번 항목에서 배점 0.6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데, 차양장치 설치 비율 10~20% 미만은 0.6점, 20~40% 미만 0.7점, 40~60% 미만 0.8점, 60~80% 미만 0.9점, 80% 이상은 1점의 배점이 주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서는 SHGC(태양열취득률)이 0.6 이하인 차양장치 설치비율을 따지는 것”이라며 “고정형 외부차양은 돌출길이, 투광부까지의 길이, 방향 등에 따라 태양열취득률 기준이 상이하며, 가동형 차양은 유리 외측 또는 유리와 유리사이에 차양이 설치되는 경우만 0.6 태양열취득률 기준에 만족하기 때문에 유리 내측에 설치되는 내부차양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에 고성능 차양 적용
이처럼 일정 기준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차양장치 의무화에 더해 제로에너지건축의 순차적 의무화 범위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외부차양제품의 수요가 최소한 현 시점보다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획득한 건축물들 면면을 살펴보면, 차양제품을 도입해 일사저감을 구현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준공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는 차양일체형 외피와 중앙제어 롤스크린을 적용해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본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올해 준공예정인 경기도신청사는 차양일체형 외피, SHGC 0.2의 성능을 가진 자동제어 롤스크린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3등급(예비인증)을 획득했고, 지난 2018년 준공한 충남 아산 아산중앙도서관은 남측과 서측에 EVB를 설치해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본인증)을 구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지어진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방위를 고려한 유리 SHGC 계획을 실행함은 물론, 고효율 EVB까지 더해 제로에너지건축물 3등급(본인증)을 받았으며, 울산에서 지난해 준공한 한국에너지공단 신사옥(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본인증)에는 광선반과 EVB가 적용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기 위해 반드시 차양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시장 확대를 낙관할 수 없는 요인”이라며 “에너지총량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인증을 부여하기 때문에 일사저감을 목적으로 고기능유리와 차양장치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양제품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품질, 단가, 외관, 관리 등에서의 이점을 부각시키는 마케팅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 업계에서는 올해 초 (사)친환경차양협회가 제정한 EVB 분야 단체표준이 전반적인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VB 완제품의 고품질·고성능을 입증하는 역할을 통해 수요처의 선택 비중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VB를 비롯한 외부차양의 효과와 장점이 크다는 사실은 이들 제품이 보편화된 선진국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며 “단체표준 제정을 계기로 전반적인 품질경쟁력이 높아지면 외부차양을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요 확대 예감 ‘고품질 제품 개발’
국내 EVB 관련 업체들도 이러한 시장움직임을 주시하며 고품질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요 현장에 제품 공급을 진행하며, 그 효과와 장점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그중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에코이지스는 올 초 경상북도교육청 청도도서관 신축 현장에 대규모 EVB 시공을 완료해 주목받았다. 여기에는 약 2억원 규모의 ‘HAEGARIM’ 모델이 투입되었으며, 소음저감, 건축물 에너지절감 등 탁월한 효과를 입증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18년 특허를 획득한 에코이지스의 대표 EVB 모델 ‘HAEGARIM’은 기본적으로 높은 에너지 절감효과를 내며, 강한 비바람에도 아늑한 실내 환경을 보장한다. 또한,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무게가 가벼워 설치가 쉽고 고장률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울러 언제 어디서든 리모컨으로 제어 가능한 중앙 통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슬랫 각도 조절이 가능해 사생활 보호에도 유리하다. 특히, 경상북도교육청 청도도서관 신축 현장에 투입된 ‘HAEGARIM’ 셔터형은 사이드 레일 구동방식을 통해 견고함까지 갖췄다. 방범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외출 시에도 외부인 침입 또는 창호 훼손의 걱정이 없으며, 사용자 요구조건에 따른 실내 환경을 연출, 24시간 내내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도서관, 학교, 유치원 등 다수의 교육현장의 선택을 이끌어 내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의 EVB 전문업체 성진데코는 주거용 건축물 시공사례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에 고품질 EVB를 시공, 여름철 냉방에너지 소모를 크게 줄였으며, 건축주 역시 매우 만족해했다는 후문.
뿐만 아니라 2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성진데코의 SEVB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 제품은 슬랫 양옆에 체인 시스템을 적용해 임의로 슬랫을 움직일 수 없고, 수평창 설치 시에도 늘어짐이나 처짐이 없다. 아울러 강풍에도 흔들림이 없으며,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각 슬랫이 맞물리는 부분에는 고무패킹을 삽입해 암막 효과와 겨울철 방한 기능까지 함께 갖춘 점도 빼 놓을 수 없는 장점으로 꼽힌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블라인드팩토리는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광최적형 EVB를 개발에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 제품은 기존 EVB의 장점인 일사조절을 통한 냉방부하저감 효과와 더불어 각 슬랫을 다르게 조절함으로써 주광의 실내유입을 최적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해외 제품 중에서는 지난 2017년 바레마코리아를 인수한 인스브룩크가 눈길을 끈다. 인스브룩크가 선보이고 있는 독일 바레마의 EVB는 슬랫 양쪽을 케이블로 고정하는 방식의 ‘가이드 케이블 타입’, 슬랫 양 끝단을 가이드 레일에 연결하는 형태의 ‘가이드 레일 타입’ 등이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인공조명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빛 반사형 블라인드’도 뛰어난 에너지효율성을 바탕으로 주목받고 있다.
민간건축물도 제로에너지화 임박
이처럼 업계는 제로에너지건축물 관련 건자재 시장의 성장을 예견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오는 2025년, 2030년 순차적인 민간건축물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결국 고성능 차양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다.
이와 관련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건물부문 에너지 절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2025년 민간부문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확대를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서고 있다. 또한, 건축물 에너지효율과 관련한 공동운영제도와 더불어 각 부처별로 운영되는 제도와 사업을 검토하고, 관련 개선사항과 협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긴밀히 협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국토부와 산업부는 건물 에너지절감의 실질적 성과 도출을 위해 ‘건축물에너지 혁신 솔루션 T/F’를 관련 전문기관과 함께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한국에너지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해 ‘건축물 에너지 효율·성능 향상 목표’ 실현을 위해 심층 논의 및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국토교통부 김상문 건축정책관은 “2020년 공공부문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가 시행된 시점에 이번 산업부와의 업무협약은 경제·혁신적 사업모델을 발굴해 2025년 민간부문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확대까지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제로에너지건축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제도 안착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서 정한 최대 용적률, 건축물 높이 등 건축기준 완화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설치 보조금 우선 지원, 에너지 절약시설 설치 지원,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 확대, 주택건설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 부담률 완화, 취득세 세제혜택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편,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이란 단열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패시브)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액티브)을 통해 에너지소요량을 최소화하는 건축물이다. 설비·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되어 성능이 구현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대상 중 건축주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자립률(건축물 에너지 소비량 대비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에 따라 5개 등급으로 평가하는 인증제도다. 에너지소요량 효율등급 1++이상,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BEMS 등)이 설치된 건축물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지난 2010년부터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운영하고 있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제도에서 최상위인 1++, 1+++ 등급을 획득한 건축물 중 에너지자립률에 따라 제로에너지건축물 등급을 1~5등급까지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로에너지건축물 등급을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범위가 올해는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 오는 2025년에는 연면적 1000㎡ 이상 민간건축물, 30세대 이상 공동주택, 연면적 500㎡ 이상 공공건축물로 확대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