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주택 ‘생활한옥’ 조명
가장 한국적인 주택 ‘생활한옥’ 조명
  • 백선욱 기자
  • 승인 2020.10.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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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된 단열성·편의성, 친환경성 등 장점 부각

사진제공 이도기획
사진제공=이도기획

멋스럽지만 불편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한옥은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현대인의 일상에서 사려져갔다. 일부 지역에서만 한옥마을의 형태로 명맥을 유지해왔을 뿐, 현대 주택으로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에서는 생활한옥이 새로운 주택 트렌드로 조명되고 있다. 현대 건축자재와 첨단 공법 및 디자인을 적용해 전통한옥의 단점을 극복한 생활한옥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높여가며, 현대 주택 중 한 가지 형태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주거시장 외에도 호텔, 펜션, 학교, 카페 등 한옥을 모티브로 한 건축물이 증가하고 있어 한옥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부각시킨 생활한옥

1970~80년대 양옥집으로 대부분의 주택이 바뀌면서, 한옥은 점차 우리 삶에서 멀어져 갔다. 이후, 빌라, 아파트,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주택들이 일반적인 주거 주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한옥은 일부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할 뿐, 현대 주택으로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최근 주택 시장에서는 한옥이 하나의 주택 형태로서 재조명되고 있다. 주택단지와 같이 한옥이 밀집해있는 새로운 한옥마을이 생겨나고 있고, 전원주택의 용도로 한옥을 짓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이처럼 한옥이 현대 주택으로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아마도 생활한옥의 등장일 것이다. 전통한옥의 단점은 명확하다. 단열에 취약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나무, , 돌 등 천연재료로 지었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고, 구조상 생활 동선도 불편하다. 이러한 전통한옥의 단점을 보완한 주택이 생활한옥이다. 한옥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로 기와지붕, 기둥 혹은 보가 노출된 목구조, 마루, 마당 등을 꼽고 있다. 생활한옥은 이러한 기본 요소를 만족시키면서, 고단열 한식창호, 보강재, 도료 등 현대 건축자재를 적용, 단열성 및 관리 용이성을 높여 기존의 단점을 상쇄시켰다. 여기에 한식 폴딩도어 등 퓨전 자재를 활용해 편의성을 더욱 높이고 현대적인 미를 더하기도 한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생활한옥이 인기를 높여나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소득 수준의 증가로 라이프스타일은 더욱 다양해졌고, 복잡한 도심지나 환경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하고 싶어 하는 이가 특히 늘고 있다. 이러한 이들이 선호하는 주택이 전원주택이고,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생활한옥의 등장으로 한옥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50~60대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은퇴 주거지로 한옥을 선택하는 추세다.

사진제공=이도기획
사진제공=이도기획
국토교통부 2019 한옥대상(준공부분)으로 선정된 월문가(月門家) / 사진제공=이도기획
국토교통부 2019 한옥대상(준공부분)으로 선정된 월문가(月門家) / 사진제공=이도기획

편의성을 갖춘 생활한옥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고풍스러운 멋과 기품이 있고, 자연친화적인 소재와 처마, 곡선 등 건축 구조상의 특성으로 사람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풍요롭게 한다. 또한 내부 설계가 비교적 자유로워 사는 이의 취미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성을 품고 있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이에 최근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셀럽들도 한옥에 거주하며 자택 자랑에 나서고 있다. 최근 방영된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한다감은 세종시에 위치한 1000평 규모의 한옥 저택을 공개했고, JTBC ‘비정상회담의 미국 대표로 널리 알려진 마크 테토도 실제 거주 중인 종로구 북촌 한옥 저택을 방송을 통해 선보였다.

한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자연친화적 건축이라는 점이다. 나무, , 돌이 주재료인 한옥은 21세기 주택건축의 화두인 친환경 건축에 매우 근접해 있다. 이는 당연히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새집증후군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한옥은 온도조절, 습도조절, 통풍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 몸에 이롭게 설계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활한옥은 한옥 고유의 멋과 전통을 살리면서도 생활을 위한 편리한 기능성도 가미된 주택이다이에 더해 자연과의 공존, 공간의 다양성, 심리적 안정감, 친환경 건축자재 등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한옥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옥마을·한옥호텔 등 한옥 사업 활발, 정부 지원도 이어져

한옥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선택에 더해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혹은 건설사의 투자로 한옥마을들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한옥의 명맥을 이어온 북촌·서촌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 등에 이어, 100채에 달하는 한옥 밀집단지가 조성된 은평한옥마을(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이 대표적인 한옥마을로 이름을 알리고 있고, 경기도 양평에도 최근 36세대의 대단지 한옥마을이 조성되었다. 또한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에도 한옥마을 조성사업이 현재 추진되고 있다.

전북대학교 한옥 정문
전북대학교 한옥 정문 / 사진제공=이도기획

한옥의 인기는 비단 주거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호텔, 펜션, 학교, 카페 등 한옥을 모티브로 한 건축물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완공된 전북대학교의 한옥 정문 및 캠퍼스 내 한옥 건축물들이 큰 이슈가 되었다. 또한 한옥 펜션, 한옥 카페 등 키워드를 검색 사이트에 입력해 서치하면, 단순 검색만으로도 전국에 400여개의 상업시설이 검색된다. 국내 최대 한옥호텔도 선보여질 예정이다. 호텔신라 숙원사업인 신라 한옥호텔이 지난 2월 서울 중구청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다. 호텔신라는 인근 남산 성곽길을 포함해 현재의 호텔 정문 일대를 2025년까지 호텔을 포함한 한옥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역시 한국의 전통가옥인 한옥의 대중화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한옥의 대중화를 이끌 전문가 양성을 위한 2020년도 교육 사업을 지원한다. 한옥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기회가 부족했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올 상반기, ‘2020년도 한옥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전담할 교육기관으로 대한건축사협회, 명지대학교, 전북대학교, 한옥문화원 등 4개 기관을 선정했다. 선정된 기관들은 교육생 선발을 거쳐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국토부가 총 42300만원을 지원해, 150명의 교육생은 소정의 교재비 등 실비만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한옥의 우수성을 발굴하고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하자 없는 자재로 제대로 된 한옥 지어야

이처럼 최근 한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옥의 대중화를 위해선 자재 선택에 특히 유의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쉽게, 한옥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목재의 건조에 매우 신경을 써야한다는 말이다.

현대 건축물의 뼈대는 철근이다. 반면, 한옥은 목재를 사용해 기둥, , 도리로 집의 골격을 만든다. 그런데 목재가 수축하게 된다면 부재 사이에 틈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기밀성 측면뿐만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옥마을에서 거주 중인 A씨는 목재 기둥 사이에 틈이 벌어져 방안에서 하늘이 보인 적이 있다지금은 실리콘 등 부자재로 보수한 상태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옥을 지을 때는 잘 건조된 목재를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 목재 전문가에 따르면, 목재를 함수율 15% 이하로 건조하면 자연 상태에서는 더 이상 수축을 하지 않는다. 이 말인즉슨, 15%까지 건조된 목재를 사용해 한옥을 지으면 목재 수축으로 인한 하자가 없는 기밀성이 우수한 한옥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목재 전문가는 잘 건조된 목재로 한옥을 지어야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완벽한 한옥을 지을 수 있다이를 간과하면, 한옥은 하자 많은 주택으로 인식될 것이고, 결국 한옥의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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