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업계가 지난해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각 기업의 IR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LX하우시스, 현대L&C, KCC, KCC글라스, 한샘,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 등 주요 건자재·인테리어 업체들의 2021년 매출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체로 감소했다.
준공 실적과 주택 거래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증가한 이유로는, 집콕 트렌드의 확산에 따른 인테리어 관련 수요 증가, 프리미엄 제품 비중 증대, B2C 판매 확대 등이 꼽힌다.
반면, 대부분 업체의 수익성은 악화되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의 급등이 꼽힌다. 실제, 창호, 바닥재, 벽지 등 자재의 주원료인 PVC 가격은 CFR CHINA 기준으로 지난 2020년 10월 t당 1000달러 수준이었으나, 2021년 10월에는 1750달러까지 폭등했다. 물류비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말 기준 5046.66으로, SCFI를 집계한 2009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이를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수익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업계는 올해 및 향후 시장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먼저, 2022년 준공 실적이 크게 늘 것으로 예측되고,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의 지속 성장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성장하는 시장을 대비해, 아이템 다각화, 매장 확대를 통한 B2C 강화 등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X하우시스, 현대L&C, KCC글라스, KCC 등 주요 업체 매출 신장
업계 최대 기업 LX하우시스는 지난해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LX하우시스가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2021년 매출액은 3조4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다. 토탈 인테리어 전시장인 지인스퀘어 출점을 확대하는 등 판매 채널 강화로 인테리어 매출이 성장했고, 고단열 창호, 고기능성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 프리미엄 건축자재의 판매가 늘었다. 미국 주택 수요 급증으로 해외 매출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LX하우시스는 국내 및 미국에 엔지니어드 스톤과 인조대리석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며, 제품의 프리미엄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673억원을 기록하며 소폭 하락했다. PVC 연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60% 오르는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운반비도 급등해 영업이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홈쇼핑이 공개한 IR PRESENTATION에 따르면, 종합 건자재 기업 현대L&C의 지난해 매출은 1조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의 활성화로 창호, 인조대리석, 인테리어 필름, 벽장재 등 제품 판매가 확대되었고, 타일 바닥재, 인테리어 스톤 수출 증가와 북미·유럽 시장 판매 호조 등으로 매출이 늘었다. 특히, 최근 몇 해간 국내와 캐나다에 인조대리석 및 엔지니어드 스톤 공장을 설립 및 증설하고, 독일 레하우(REHAU)社와 협업으로 제작한 고단열 시스템창호 ‘레하우 90 TT’를 선보이는 등 국내외 프리미엄 시장에 큰 공을 들여온 점이 주효했다. 다만, 원가상승 및 해상운임료 증가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比 감소한 62억원을 기록했다.
KCC글라스는 지난해 눈에 띄는 호실적을 거뒀다. KCC글라스는 2021년 매출은 1조1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65.9% 올랐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0.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다고 공시했다. 건축자재 부문에서는 마루, LVT, 인테리어 필름, 인테리어 스톤 등 건자재와 패키지 인테리어 상품의 인기 확대, 국내 최대 인테리어·건자재 쇼핑센터인 ‘홈씨씨(인천점, 울산점)’의 활성화가 좋은 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유리 부문에서는 건축용 판유리 매출 확대, 완성차 업체의 고급 차종 생산 비중 상승으로 인한 자동차 안전유리 수요 증가 등이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KCC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KCC가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KCC는 지난해 매출은 5조87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85.9% 늘어난 382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및 해외 건축경기 회복으로 특히 실리콘 사업 부문에서 매출 및 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9년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한 KCC는 매출에서 실리콘 사업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며 글로벌 실리콘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았다. 아울러 우수한 기술과 안정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창호, 석고보드, 그라스울 등 건자재 사업 부문에서 시장을 리드했고, 건축용, 자동차용, 선박용 등 도료 시장에서 국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다만, 삼성물산 등 보유주식의 시가하락에 따른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평가손실 등의 이유로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다.
한샘·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 매출 확대, 수익성은 감소
주요 인테리어·가구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은 살펴보면, 매출 신장은 눈에 띄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한샘은 전년 대비 7.9% 증가한 2조2314억원의 매출을 2021년에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2년 연속 2조원대 매출이다. 팬데믹 이후 늘어난 리빙 및 인테리어 관련 수요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리하우스 중심의 홈리모델링 부문이 전년 대비 11.6% 증가한 8880억원의 매출을, 인테리어·가구 부문이 온·오프라인 동반 성장하며 전년 대비 7.0% 증가한 6780억원의 매출을, B2B 부문이 전년 대비 0.9% 증가한 4242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한샘에서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리하우스는 아파트 매매거래량 감소에도, 16.5%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직시공 패키지는 지난해 전년 대비 2배에 육박하는 7956세트가 팔리며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한샘의 영업이익은 대형 매장 신설 등에 들어간 투자비 증가와 원자재 가격 및 시공비·물류비 상승 등 요인으로 전년比 26.9% 감소한 68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리바트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 오른 1조40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의 활성화로 B2C가구 부문의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 특히, 주방가구 매출은 31.1%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매출 비중은 비교적 작지만, 가구 원자재 부문의 매출이 전년 대비 18.4%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5.6% 줄었다. 현대리바트는 매장 등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비, 인건비, 지급수수료 등 판매관리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폭등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도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의 리빙&라이프스타일 기업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23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0.8% 증가한 수치다. 리빙·인테리어 시장 성장에 발맞춰, 프리미엄 가구를 적극 선보이고, 지난해 10개의 매장을 추가 출점하는 등 유통망을 강화한 결과로 보여진다. 라이프스타일 전문 온라인 플랫폼 ‘굳닷컴’의 성장세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다만,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대하면서 영업손실은 89억원을 기록, 적자가 지속되었다.
개선된 선행지표, 인테리어 시장 성장세 등 호재로 기대감 상승
비록 지난해 만족할만한 실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개선된 주택 관련 선행지표, 인테리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 등 호재로 업계는 올해를 포함한 향후 시장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선행지표 개선, 전세대책 등 본격화로 전체 준공(입주) 물량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증가세로 전환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준공 물량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48.8만호다. LX하우시스, 현대L&C, KCC글라스 등 기업이 선보이고 있는 바닥재, 벽지, 창호, 도어 등 건자재는 주택 공사의 마지막 단계에 시공된다. 때문에, 준공 물량이 증가하는 시기에 건자재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올해 이후의 전망도 밝다. 국토부에 따르면, 23년 이후에는 3기 신도시 등 공급대책 본격화 등으로 연평균 전국 56만호 규모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2020년 41조5000억원의 규모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0조원을 돌파,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업계에서도 이처럼 성장하는 시장을 대비해, 아이템 다각화, 매장 확대를 통한 B2C 강화 등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LX하우시스는 LX Z:IN 인테리어 키친·바스 신제품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건자재 시장에 이어 주방·욕실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고, 롯데, 신세계백화점 등에 토탈 인테리어 전시장인 LX Z:IN 인테리어 지인스퀘어를 입점하는 등 고객 맞춤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L&C는 직영전시장 갤러리Q를 운영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인테리어·리모델링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선보이는 인테리어 제휴점 ‘홈스타일Q’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KCC글라스는 대형 인테리어 전문 매장인 홈씨씨 인천점·울산점에 체험형 쇼룸 공간을 대폭 늘리고 매장을 확장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또한 KCC그룹이 인수 추진 중인 신한벽지와의 향후 시너지도 기대된다. 현대리바트는 올 초 ‘리바트 집테리어’를 론칭하며 토탈 인테리어 전문기업으로 거듭 진화 중이다. 이와 함께, 가구뿐만 아니라 주방, 욕실, 창호, 바닥재 등 인테리어까지 모든 것을 한 매장에서 원스탑으로 쇼핑할 수 있는 토탈 인테리어 매장을 오픈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