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움직이지 못할 뿐이지 사람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나무를 보니 내가 나아갈 길도 보이더라고요.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고 해서 생각하는 정원이라 이름 붙였어요.”
생각하는 정원의 나무 옆에는 여러 가지 언어로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안내판의 설명은 대부분 나무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 나무에 사람의 삶을 투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수많은 안내판을 정성스레 세운 것이다. 생각하는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새소리, 물소리, 잔잔한 음악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이어서 빽빽하지도 공허하지도 않을 정도로 적당한 여백과 적당한 존재감으로 다듬어진 공원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생각하는 정원에서 보이는 나무 대부분은 한국 수종이다. 곳곳에 제주의 돌담과 오름을 표현한 공간도 조성해 한국적인 정원으로 꾸몄다. 정원 내 어느 곳 하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지만, 거기에는 스스로 자신을 농부라 부르는 성범영씨의 나무에 대한 사랑과 삶이 녹아있다. 성범영씨는 나무를 키우며 조용히 살고 싶어 1968년부터 지금의 자리에 토지를 구입했다. 제주에서도 가장 낙후된 서부 중산간에 돌과 가시덤불뿐인 황무지였던 자리다. 온통 돌밭이었던 땅을 곡괭이와 쇠망치로 돌을 깨 돌담을 쌓으며 땅을 일구는 고된 작업이 오랜 세월 이어졌다. 밀감나무와 정원수를 심고 돼지와 소도 키웠다. 하지만 가축을 키우는 것이 성격에 맞지 않아 모두 처분했다. 이후로는 나무에만 전념해 지금의 분재 정원을 만들었다. 여기까지 견뎌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결국은 나무였다고 한다.
“나무는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쉽게 자기 삶을 포기하지 않아요. 나무를 보면서 배운 거예요. 나무에게 배운 것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거예요.”
수차례에 걸친 한경면의 권유로 1992년에 관광지로 문을 열었다. 생각하는 정원을 관람할 때는 멈춤과 완보가 필요하다. 사색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천천히 걷고 때론 멈춰서 찬찬히 둘러봐야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여러 번 방문해봐야 그 아름다움을 오롯이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면 매일 똑같아 보이는 나무와 풀도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계절마다 다른 정원 풍경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
생각하는 정원에는 5개의 연못이 있다.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 아래 이어지는 연못을 중심으로 구역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꾸민 테마정원이 비슷한 듯 다른 풍경을 지닌다. 정원은 기본적으로 물소리가 나고 새소리가 나는 것이 최고의 조경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원을 둘러볼 때는 영감의 정원에서 차 한잔 마셔볼 것을 권한다.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는 폭포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벗하며 잉어가 노니는 연못, 그 위를 가로지르는 돌다리, 조화롭게 배치된 분재가 이루는 풍경을 감상하기에 알맞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걷느라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엘림동산에 마련된 사색 의자에 앉으면 영감의 정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돌하르방의 모습도 시선을 끈다. 돌오름 전망카페 3층에 올라 정원의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생각하는 정원은 커피에도 진심이다. 세계 3대 커피로 불리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예멘 모카 마타리 원두를 사용해 핸드드립한 커피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멘 모카 마타리는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가 즐겨 마신 커피로 유명하며 하와이안 코나는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 때문에 유명해졌다. 세계 3대 커피 원두를 사용한 맷돌 커피 체험도 운영한다. 맷돌로 커피를 갈 때 나는 풍부한 커피향을 즐기고 직접 드립해서 마셔보는 체험이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관람객이라면 블랙 통곡물 음료 만들기 체험을 선택할 수 있다. 5가지 종류의 블랙 통곡물 흑임자, 흑미, 검정보리, 서리태, 서목태를 맷돌로 갈아 신선한 원유와 요거트를 더해 건강한 음료를 만들어 보는 체험이다.
환상숲곶자왈공원은 제주만의 독특한 천연 원시림인 곶자왈을 따라 마련된 산책로를 걸으며 힐링할 수 있는 숲이다. 매시 정각에는 숲 해설 투어가 출발한다. 숲속에 자리한 독채 펜션과 저녁 만찬을 즐길 수 있는 힐링 팜 파티장, 족욕 카페 등 부대시설과 학생 단체를 위한 다양한 교육체험과 치유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자료 한국관광공사 / 글·사진 오원호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