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없이 오직 ‘색’으로만 나눴다, 컬러 분할 기법 인테리어
벽 없이 오직 ‘색’으로만 나눴다, 컬러 분할 기법 인테리어
  • 장영남 기자
  • 승인 2024.07.3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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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플라스틱디자인

인간에게 컬러는 주효한 시각 정보다. 컬러는 형태, 크기, 위치와 함께 물체를 인식하고 구분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시각 정보 중 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0%에 달한다. 실제로 컬러에 따라 같은 공간도 더 넓어 보이고 더 아늑하게 느껴져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컬러의 이러한 인지적 기능을 이용해 단일 공간을 두 개의 공간처럼 느껴지게 하거나 동선을 유도하는 등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구현한 인테리어 사례 두 곳을 소개한다.

 


단일색, 단일공간


30평형대 아파트에서 호텔 느낌이 나는 것은 시원스러운 평면과 절제된 마감에 있다. 집을 반으로 나눈 뒤 바닥 마감재로 딱 두 가지만 썼다. 하나는 마루이고 다른 하나는 타일이다.

보라매SK34평 아파트 인테리어_옐로우플라스틱디자인

집을 반으로 나눈 뒤 딱 두 가지 마감재만 사용했다. 현관에서부터 시작한 그레이 타일이 널따란 주방을 거쳐 곧장 직진하는 곳은 안방 욕실. 세 개 공간을 그대로 그레이 타일로 이어 붙였다.
자로 잰 듯 정확히 선을 지키며 바닥의 그레이 톤이 벽과 가구로 옮겨진다. 벽은 없지만 명확한 구역 설정으로 공간이 두 개로 나눠지는 것처럼 인지되는데, 이것이 컬러 분할 기법 효과다.
침실 방향에서 바라본 욕실. 공간 분할 장치는 벽이 아닌 그레이 컬러임을 알 수 있다.
거주자는 한 발짝만 내디디면 온통 그레이로 뒤덮인 욕실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시원스러운 평면에 더해진 그레이는 세련된 분위기 연출과 함께 마음을 안정시킨다. 그레이는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효과가 있어 침실이나 거실과 같은 휴식 공간에 유용하게 쓰인다.
욕실에서 바라본 침실. 침실 가구와 욕실 가구의 경계는 물론 천장의 단차도 공간을 분리하는 요소로 활용했다.
침실은 우드 앤 화이트 조합으로 따스함을 강조했다. 차분하고 안정감을 주는 그레이와 화이트, 자연의 따스함을 안겨주는 우드의 조합이 전체적인 균형을 잡는다.

 


컬러로 유도된 동선


1675년에 지어진 이 집의 리노베이션은 2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긴 시간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이니, 공간마다 다르게 사용된 컬러와 마감재는 공간과 공간을 매끄럽게 잇는다.

Canal House 115 Amsterdam_i29

컬러를 통한 공간 분할은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입구 색은 그레이.
입구와 주방의 공간 분할. 입구 구역은 모두 그레이로 진행해 확실한 시각적구분을 줬다.
집의 중심인 주방은 화이트 톤의 콘크리트로 마감해 밝고 환한 분위기 조성과 함께 컬러를 통한 공간 분할 콘셉트의 베이스가 되도록 했다.
주방 옆은 침실. LDK를 중심으로 공간이 배치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주방과 침실 사이는 화장실이 딸린 전실을 뒀다. 그린의 전실은 두 공간의 완충지대이자, 짧은 물리적 거리감을 연장하는 강력한 디자인 장치다. 실제로는 짧지만 그린 박스와 같은 전실을 통과하는 동안 공간에 대한 인지 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2층 거실은 휴식과 사색의 기능을 강조했다. 회전식 책장 뒤에 숨겨진 작은 방의 활용도와 연결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 휴식의 방은 오직 미드 나이트 블루만으로 꾸몄다.
블루는 심리적으로 차분함과 안정감을 준다. 그레이처럼 스트레스를 줄이고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침실이나 휴식 공간에 많이 쓰인다.
2층 거실에서 바라본 1층 입구.
2층 거실 맞은편에 있는 스터디룸. 계단으로 인해 발생한 독특한 평면을 역이용했다. 데드스페이스로 남겨지기 십상인 구석을 아예 룸으로 조성함으로써 평면이 직사각형이 되도록 재구획했는데, 페인팅 분할 기법은 이때 주효하게 쓰였다.
데스크 너비에 맞춰 공간을 두 개로 분리한 스터디룸. 깔끔한 시각적 정돈이 돋보인다.
3층은 메인 침실과 욕실로 배치되었다. 화이트 침실은 블랙의 욕실과 완전히 구분된다.
샤워 시설과 양변기가 갖춰진 욕실을 블랙으로 마감해 호텔과 같은 고급스러움을 완성했다. 이 블랙의 공간은 1층의 그린 전실처럼 공간의 인식체계의 빠르게 바꾸는 일종의 통로이다.
블랙의 욕실 이후에는 다시 화이트로 조성된 휴식의 욕실이 이어진다. 휴식의 욕실에는 일본 전통 욕조와 독립형 세면대가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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