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PT 2022에서 베스트 포트폴리오로 선정된 이예은 작가의 전시 《산을 옮기는 겨자씨》가 더레퍼런스에서 12월 28일부터 1월 28일까지 열린다.
본인을 ‘생계형 예술가’라고 말하는 이예은은 사진을 매개로 개인의 삶에 주목하며, 이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현대 사회에서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작가의 일상은 노동으로 채워진다. 정해진 시스템과 규칙대로 반복되는 노동의 시간은 소모적이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내 잊히고 만다.
작가는 소모적인 환경에서 버티며 관성대로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을 ‘무모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견고한 조직과 시스템 속에서 버티는 개인의 모습을 그대로 전시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치기 어린 긍정”으로, “멈추지 않고 버티는 근력”으로 담아낸다.
작가는 오랜 시간 노동해 온 가족과 노동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거대한 조직 안에서 소모되는 개인이 아니라, 버티고 긍정하며 거대한 연대를 만드는 개인을 발견한다. 그 경험은 이내 티백을 우려 바다를 만드는 <차 우리기>로, 높은 펜스에 매달린 사람의 모습을 <길이 재기>로, 건물 외벽을 껴안고 있는 모습을 <실내온도 높이기>라고 제목을 붙인 사진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마음의 자세는 이번 전시의 제목처럼 “겨자씨만한 작은 믿음 아래 산을 옮길 수 있다”고 믿는 작가 자신의 의지의 표현이자, 일상을 노동으로 채우는 모두에게 함께 옮겨보자고 연대를 청하는 이야기의 시작과도 같다.
본 전시에서는 신작 <길이재기>, <깊이재기>, <높이재기>를 포함해 <차 우리기>, <실내온도 높이기> 등의 <무모 연작>을 아울러 만나보실 수 있다.